당산서원 출판사 堂山書院/혼자하는 출판사

자포자기와 황상민 심리연구소

자몽미소 2016. 6. 25. 17:40

새벽에 잠이 깨면 거의 생각의 홍수에 기운이 빠진다. 오늘은 좀더 답답한 기분이 들어 남편에게 징징거리고 말았는데 남편이 내게 딱 잘라 말했다.

"포기하지 그래!"

요새 거의 멍한 상태로 사는 것이 답답하고, 여행지에서 생겼던 의욕이 어디로 도망가 버렸는지를 모르겠다는 등의 하소연을 하였더니 하는 말이다.

"꼭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구... 그냥 의욕이 안 생긴다는 것이지."

끈기와 인내, 목표와 성공, 이런 단어와 인연이 없는 내가 뭘 해 보겠다는 의욕을 꾸준히 가지고 있기는 애시당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그래도 그렇지 남편은 건강진단을 마친 의사처럼 말해 버린다.

"안 되는 걸 하겠다고 맨날 스트레스 받으면 건강을 해쳐. 싹 포기하고, 책이나 읽고 밥이나 잘하면서 즐거운 주부로 살아!"


출판사를 냈으니 경영을 잘 해 돈 버는 사장님이 되어 보겠다고 하는 것,

내가 저자가 되어서 내 출판사에서 책 내 보겠다고 하는 것,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이는 이 일의 틀 속에 나를 집어 넣어 보니, 날이 갈수록 "나는 원래 능력이 없나 보다!" 로 귀결되는 마음.

여러 날 여러 번  "포기하고 그냥 쉽게 살까? " 라고 생각했긴 했지만,  남편 입에서 응원도 아니고 냉정한 판결을 들으니, "그래, 원래 나는 작가의 능력이 없었어, 내 자신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살자" 라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듣고 싶었던 말은 그것이 아닌데 투덜투덜 쪼금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면서 <자포자기>라는 말을 생각했다.

나는 왜 이리 포기를 잘 하고 끈기라곤 없는 사람인가를 생각하다가 남편 말고 다른 남자가 생각이 났다.

 요새 즐겨듣기 하고 있는 팟빵, 황상민 교수.

그의 황심소( 황상민의 심리상담소)에 내 사연을 보낼까.

"왜 저는 이런 사람이에요? 왜 저는 아무 것도 잘 하는 게 없는 거에요? 왜 저는 생각만큼 잘 못하는 거에요?" 등등의 사연을 보내면, 황교수는 우리집 조교수보다 더 싸늘한 진단을 내릴까. 이것도 쪼금 겁이 난다.


그러다가,

자포자기 한자를 自暴自棄-->自包者記 로 바꾸어 보았다.

나를 버리는 대신 나를 스스로 감싸주는 사람으로서 글을 쓰면 안 되겠나,

책을 낸다든지 하는 거 말고, 남에게 보여줄 글 쓴다고 하지 말고, 이제까지 했던 것처럼 블로그에 주절주절, 아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일기, 나를 안아주는 글쓰기를 하면 되지.

그래서 다시 블로그로 돌아와( 스마트폰이 아니라 PC로 쓴다는 뜻), 카테고리 정리하고 블로그방 닦고 윤내며, 이렇게 하나마나한 말을 적어 넣는다.


그리고, 팟빵에서 심리학상담을 해 주시는 황상민 교수에게 사연 보내고 싶었던 내용은 한 꼭지씩 여기에 적어 보자고 생각했다. 혼자 머리 속에서만 생각하면서 해결 못하던 것들을 < 팟빵 황상민 교수님께 보내는 사연> 카테고리에 적어 보기로.



'당산서원 출판사 堂山書院 > 혼자하는 출판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표지  (0) 2017.01.11
ISBN 신청과 CIP  (0) 2017.01.11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으므로 기록  (0) 2016.11.29
출산과 출간에 관해  (0) 2016.11.10
때밀며 떠오른 할 일  (0) 2016.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