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바느질하는 오후

뜨개로 꽃가방 만들기

자몽미소 2021. 4. 6. 23:11

 

 

 

 

2006년 4월 오샤레공방 잡지표지에는 꽃을 단 뜨개 가방이 올라가 있었다. 그즈음의 나는 재봉을 배운 지 얼마 안 되어 일본의 옷만들기 잡지는 하루 종일 구경해도 좋았다. 오샤레공방 잡지는 한 달에 한 번 나오고 있었는데 나는 그 책을 사서 거의 옷만들기 과정만 보고는 했다. 그외의 것은 봐도 잘 모르겠고 흥미를 가질 수도 없어서 사진만 휘리릭 보고 덮기 일쑤였다. 일본어가 초급이었던 때였으므로 나는 일본의 잡지를 거의 그림 위주로 보고 있었다.

4월 잡지는 매우 예뻤다. 연두색 바탕에 빨간 장미를 수놓은 모양이어서 눈에 확 띄었다. 그런데 나는 그때 그 모양대로 가방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장미를 뜨는 코바늘 도안이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옷만들기 코너를 보면서 천을 사서 옷만들기를 하고 싶어 안달이었다. 하지만 1년 살이로 일본에 가 있던 때라 재봉틀을 살 수는 없었다. 손바느질로 무언가 조금 만들다 말고는 했다. 코바늘을 사서 무언가 만든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재봉틀이 없으니까 만들고 싶은 옷을 만들지 못한다고 아쉬워만 했다. 2006년 봄, 하찌오지시의 대학 게스트 하우스에서 살면서 가져간 생활비를 규모있게 써야 했던 나는, 일본제품이 마음에 들다가도 가격을 보고는 슬며시 놓아버리곤 하였다. 먹는 것 말고는 공산품을 사기가 항상 어려웠다. 그래서 코바늘을 새로 사서 뜨개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재봉틀은 제주에도 있는데 굳이 사야 할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재봉틀이 탐나서 가게를 들락거리긴 했다. 그러나 수중에 있는 돈으로는 엄두를 못낼 가격이었다.

 

유트브로 가방 만드는 것을 보다가 어떤 유트버가 장미문양을 넣은 망태가방 만드는 것을 보았다. 꽃뜨기를 보고 있으니까 전에 봤던 꽃뜨개 가방이 생각이 났다. 이사할 때 버리려고도 했던 잡지, 오샤레공방은 2년치가 그대로 집의 책꽂이에 있었다. 다행이었다.

책을 펼치니 2006년 봄, 일본생활을 하던 때의 추억이 밀려왔다. 책을 열어보니 어떻게든 일본어를 읽어보려고 사전을 찾으며 메모를 해 둔 페이지도 있었다. 칼럼도 있었는데, 그때는 몰랐으나 지금은 글쓴이가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를 안다. 재작년에는 그의 소설이 너무나 재밌어서 일부러 구입해 왔고, 가끔은 유트브에 올라온 그의 소설낭독을 듣기도 한다. 2019년에 나온 그의 소설집은 <소학교 5년생> 이라는 것이다. 글을 매우 잘 쓰는 사람이다. 그런데 2006년에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그의 칼럼을 읽어보려 사전을 찾아보았던 것이다. 지금은 쉽게 느껴지는 단어들이 그때는 담벼락처럼 견고하고 높은 일본어였다. 

 

며칠 동안 <남양군도의 연구> 라는 오래된 책을 번역했다. 요즘은 거의 히라가나로 표기되는 접속사마저 한자를 써서 기술하는 1930년대의 일본 책이다. 책을 보다가 눈이 아프거나 피로해지면 뜨개를 하였다. 그 사이 가방이 하나가 완성되었다. 내 일본어는 2006년에서 2021년 사이에 내 눈으로 들어오고  곧 머리에서 지워지길 반복하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더 쉽게 일본어를 알아듣고 글자를 이해하게 되었다. 뜨개도 더 쉽게 하게 되었다. 

'字夢のノート(공책) > 바느질하는 오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검은색으로 가디건  (0) 2021.07.08
보라색 가디건  (0) 2021.06.22
꽃길을 깔다-쇼파덮개  (0) 2021.01.14
원형방석 뜨개  (0) 2020.05.29
모티브 잇기 방법  (0) 2020.05.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