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바느질하는 오후

낡은 천이 좋아서

자몽미소 2022. 8. 27. 14:43

2022년, 8월 27일 호작질

 

커튼으로 쓰던 것, 탁자덮개로 쓰던  것, 다 모아서 만들었다.

원래 이 모양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천 자를 때 다르게 했을 것이다.

원래는  둥그렇게 누빔 깔개를 만들 생각이었다.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재단하면서 계산이 잘못 되었던 것 같다

자른 천의 옆선을 붙여가면서 동그라미를 만들었으나 점점 원이 커지기만 했다.

가운데 동그라미가 될 부분이 같이 넓어갔다.

그걸 어떻게 수정해 본다고 다른 천을  잘라서  이어 붙였는데 여기서도 계산이 잘못 되어서

이미 만든 도너츠 모양의 원과 새로 만든 도너츠  원을 붙이니 가운데 동그라미( 구멍난 곳) 가 딱 맞지 않았다.

즉 가장 가운데의 동그라미에 맞추기 위해서는  또다른 조치가 필요하게 되었다.

"나는 수학적인 머리가 안 돼. 인정해 !" 하며 울지는 않고, 우는 부분의 천을 주름 노루발로 촤르륵촤르륵 재봉틀을 돌렸다.

 동그라미 모양이 작아지도록 오무려 보았다.

그랬더니 깔개를 하기에는 가운데만 뭉툭한 것이 이도저도 안 될 것 같은 실패의 예감이 꼼지락거린다.

그래서 방석 모양으로 바꾸기로 마음 바꾸고, 윗면과 아랫면에 주름을 잡고 동그라미를 덧대는 방식으로 진행.

가운데 도넛모양 구멍으로 집에 남아 있던 헌 방석솜도 넣고, 새 솜도 넣고 해서  안을 채운 후 천을 두 겹으로 해서 만든 가운데 동그라미를 덧대어 꼬맸다. 결과물을 보아하니, 방석도 아니고 방석 아닌 것도 아니며, 쿠션이 아닌 것도 아닌데 쿠션도 아닌  게 만들어졌다.

어쨌거나 내가 흡족해 하는 부분은, 이렇게 해서 서랍장이나 바구니에 모셔 두면서 내 공간을 약간은 어지럽히고 있던  낡고 오래된 천을 소비했다는 것.

만들고 나니 또 다시 작은 크기의 짜투리 천이 바구니 가득 생겼는데 '그건 또 그것대로 뭔가 만들 게 있겠지!' 하고, 유트브의 바느질 코너를 열심히 보고 있다. 물론 영상에서 볼 때와 내 손이 만들어 낸 결과물에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새 천은 정신이 바짝 잘 들어서 계획 단계, 재단 단계에서 계산에 착오가 잘 안 생길 때 만들기로 하고,  짜투리 천은 정신이 혼미하거나 흐리멍텅할 때도, 실패해도 상관없는 걸 만들겠다 싶을 때 마음 놓고 조물딱 거린다. 그러면 집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이 나온다. 그런데 다 만들고 나면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게 아니라, 손 때 묻은 물품으로, 오랜 시간 우리집에 있었던 정으로 이것이 주는 만족감이 크다. 결과물이 얼마나 잘 되었는지에 상관없이, 들어간 재료의 가격과도 상관없이 만들면서 시간 들이고 머리도 쓰고, 게다가 어젯밤부터 오늘까지 이리 궁리 저리 궁리 애도 물론 썼고, 마음 기울였던 바람에 만들자마자 정든 물건이 되어 버린다.

 

나는 오늘도 약간은 미심쩍은 상태로, 잘 해 보겠다거나 하면서 되도않는 바른 생활 어른의 다짐 같은 것 내팽개치고 허접하지만 버릴 수 없는 바느질을 한다. 잘 못 만들어서 누굴 줄 수도 없고, 누가 달라고도 안 할 거라 더 좋은 걸까.

꽃무늬 천은 예전 집의 거실과 안방에서 햇빛을 막아주던 커튼이었다. 약 10년이 넘었었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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