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과 배움/2022年日記

눈오는 날 뜨개질

한 송이 & 자몽 2022. 12. 23. 17:59

#화이트크리스마스 #뜨개질

크리스마스의 'ㅋ' 자에도 마음이 콩당거리던 때가 있었다. 방학 무렵 친구들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영원한 우정의 맹서를 선물대신 꾹꾹 눌러 담았다.
학교로 가는 길에 구멍가게  문방구에서 산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산타의 모습을 한 하느님이 루돌프와 썰매를 몰고 있고, 흰 눈은  고요히 소복해지고 있었다. 십자가가 빛나는 교회마을엔 노란불빛의 창문이 따뜻하고, 나는 음악시간에 배운 캐롤 송을 부르며 카드 그림속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오늘, 카드그림 같은 흰눈이 집밖을 에워쌌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 본 게 언제일인가 아득히 먼 곳에 그 시간이 있었다.
책을 읽으려고  책상에  앉았다가  눈발이 휘날리는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다. 어쩐지 설렘이 가득하던 그곳에서 이미 많이 와 버린 것 같았다. 설레던 크리스마스에서 몇 십년이 흘렀고 그 사이 수많은 것들이 내 곁에서 가뭇없이 사라지곤 했다.  
눈은  바람에 휘둘려 사방이 어둑해질도록 그칠 줄을 몰랐다. 차가운 저녁이 되었다.

안 읽히는 책을 덮고, 사두고 묵혀 두었던 실을 꺼내 내 가디건을 뜨기로 했다.  손가락에 포근한 실을 걸어 무늬를 만들어 가는 동안 내게서 떠나 버린 것들이 따뜻했던 것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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