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과 배움/2022年日記 36

눈오는 날 뜨개질

#화이트크리스마스 #뜨개질 크리스마스의 'ㅋ' 자에도 마음이 콩당거리던 때가 있었다. 방학 무렵 친구들에게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영원한 우정의 맹서를 선물대신 꾹꾹 눌러 담았다. 학교로 가는 길에 구멍가게 문방구에서 산 크리스마스 카드에는 산타의 모습을 한 하느님이 루돌프와 썰매를 몰고 있고, 흰 눈은 고요히 소복해지고 있었다. 십자가가 빛나는 교회마을엔 노란불빛의 창문이 따뜻하고, 나는 음악시간에 배운 캐롤 송을 부르며 카드 그림속으로 들어가곤 하였다. 오늘, 카드그림 같은 흰눈이 집밖을 에워쌌다.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 본 게 언제일인가 아득히 먼 곳에 그 시간이 있었다. 책을 읽으려고 책상에 앉았다가 눈발이 휘날리는 창밖을 오래 바라보았다. 어쩐지 설렘이 가득하던 그곳에서 이미 많이 와 버린 것 ..

부창부수

*사다놓고도 부엌 베란다 문에 필요하다는 생각은 이사 올 때(2020년)부터 했고 드디어 지난 주에 다이소에 가서 사 오는 것 까지 했지만, 이걸 어떻게 달아야하는지 집에 있는 두 사람은 손도 머리도 안 쓰고, 밀려둔다. 아들이 와서 하겠지! 믿는 구석도 있고, "다른 할 일도 많고!" 가 그 이유다. Sung Youn Cho 와 나는 서로 매우 다른 성격이지만 사는 모습은 비슷한 점이 많다. 1. 해야 할 일이 줄을 섰다. 1-1. 하고 싶은 일도 줄을 섰다. 2. 마감이 정해진 일을 마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3. 1번과 2번 내용의 부조화 때문에 하고 싶었던 일에 시간을 쓰지 못한다. 하고 싶었던 일은 점점 줄 뒤로 밀려난다. 3-1 cho는 퇴직 후에 오래 전에 배우다 만 대금을 불 수 있으리..

불면증이 사라졌다.

*불면증이 사라졌다. 꽤 오래 밤에 잘 자지 못했다. 잠들기 어렵고 새벽 두 세시에 깨어 더 자지 못하였다. 푹 잔다든가 상쾌한 아침이라든가.... 이런 표현은 아주 오래전 청소년 시절의 옛일이 되었다. 갱년기 증상이라 하니 나이들어가면서 쭉 이렇게 살겠구나 아예 꿀잠을 포기하고 있었다. 가끔 수면 보조제를 먹기도 해보았는데 광고만큼 잘 자게 되지 않았다. 지난 한 달 일본에서 지내면서 몸이 차츰차츰 달라졌다. 가지고 갔던 영양보조제도 잊어버리고 잘 먹지 않았다. 그러나 매일 조금씩 잠의 농도가 짙어져서 꿈하나 기억나지 않고 산뜻한 아침이 되곤 했다. 밤에 두어 번은 깨던 내가 한 번도 깨지 않고 일어난 날은 하루가 춤을 추며 다가오는 것 같았다. 제주에 돌아온 이후 며칠동안도 잠이 달고 아침이 가벼워져..

반복해서 꾸는 꿈

고3 시절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그때 방을 빌려주었던 성안할머니가 방을 보여주었는데 내가 방을 비운 몇 년 사이에 가구와 살림이 많아지고 넓어진 방이었다. 실제로 살던 광양의 자취방은 할머니의 집이 아니었는데 할머니가 살고 있었고 방에서 지내려면 허락을 얻어야 했다. 칸막이 문 너머에 할아버지가 계신지 아닌지 궁금했다. 머리속 어느 한편에는 돌아가신 걸 아는 내 기억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할머니 돌아가시고는 만나지 않았던 이모가 내가 그 방에 왔다는 걸 알고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나기 싫은 마음이 또 남아 있는 탓에 이모를 만나게 되리라는 건 바라는 게 아니라 염려였다. 어머니가 방값을 내어줄까,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사이에 이사를 마칠 수 있을까도 걱정하는 동안 꿈이라는 걸 알았다...

하나하나 다 소중하게

유트브로 자주 봤던 소바집 이나카소바 田舎蕎麦、店主인 가와하라川原 씨의 책이 보여서 구입했다. 책에서도 모든 것에 성심성의껏, 단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상대를 만나는 삶이 보였다. 사진과 글의 편집도 잘 되어 있고, 외국인이 읽어도 이해하기 쉬운 일본어문장이라 어디를 펴서 읽어도 괜찮은 에세이집이다. 요리 레시피도 있고 소바집 주변이나 요리 사진을 보는 재미도 좋다

친구방문

치나상이 숙소에 찾아왔다. 가을 햇 빛 좋아서 대학 캠퍼스 를 산책하고 싶다 했다. 해가 강해서 잠시 숙소해서 이야기 나누다가 학교 옆 샛길,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능선의 길을 가보았다. 신사가 있고 산책할 수 있는 길도 좋은 곳이지만 여름 동안 길을 덮은 나무와 풀이 무성해졌다. 거미집을 치우면서 내가ㅜ앞장서 걸어나갔다. 뭔가 모험대장 역할이나 하는듯이. 신사 앞까지 가고 더는 가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탈피한 뱀 껍데기가 보였다. 치나상이 무서워해서 내가 스물세살에 뱀에 물렸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꽃과 풀 이야기 수첩

마키노토미타로 씨 (牧野富太郎)의 식물일기를 사러 책방에 갔다가 다른 책이 눈에 들어 사왔다. ( 2022년 9월 16일, 다치가와 중쿠도 서점( 立川 중 ジュンク堂 ) 책표지도 곱고 편집도 내가 읽기 좋은만큼 간결한 글의 분량, 식물사진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린 거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꽃이름과 풀 이름이 한국과 일본에서 서로 다른 게 많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