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2011년의 책읽기 (3)

자몽미소 2011. 1. 13. 23:04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장

저자
다우어 드라이스마 지음
출판사
에코리브르 | 2010-10-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노인이 되면 기억력은 나빠지기만 할까?네덜란드 태생으로 베스트셀...
가격비교

 

 

책을 읽고 내 생각

 

 

일본에서 생활했던 2006년에 무엇을 했는지를 말할 수 있으나 2007년엔 어떻게 살았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 해 봄에 일본에서 돌아왔고 오자마자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겨우 떠올리다 보면 그 해 봄 일본에서 가지고 온 이삿짐이 생각난다. 그래서 2007년은 일본에서 돌아온 해로서 봄날의 장례식과 거실 가득했던 이삿짐만이 기억의 봉우리에 앉아 있다. 그 해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어떻게 지났는지를 말하라면 일의 순서도 계절마다의 서로 다른 빛깔이나 그때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게 없다. 이렇게 말하다 보니 그 해 봄, 서울에서 블로거들을 만났던 일이 문득 떠오른다. 그렇게 겨우겨우라도 생각이 떠올라와주면 고마울 뿐.

그렇게 2008년과 2009년, 2010년을 어떻게 보냈냐고 묻는 질문에 대답하여야 할 때 한참을 생각해도 써내려갈 답안이 길지는 않다. 너무 비슷비슷해서 어느 해가 어느 해인지 구분을 하려면 어떤 사건 같은 것에서 단서를 잡아야 한다.

2009년에 남편이 암수술을 했다는 것이 잊혀지지 않는 사건이라서 그걸 생각하고 나면 함암제를 먹던 아픈 남편의 얼굴과 발바닥이 벗겨져서 조심스럽게 걸었던 산책길, 그곳에서 만났던 산딸기의 신맛이 입안에 맴돈다. 그래서 2009년은 암수술의 해로 말할 수 있으나 구체적인 다른 일을 자세하게 말할 게 없다. 아니 어떤 사소한 일이 바로 그 해에 있었던 일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말하는 게 자신이 없다.

2008년은 2007년과 2009년 사이에 있어서 무얼 하며 살았는지 더 잘 모르겠다. 그 해 우리집에 있던 커다란 사건이라면 아들이 고 3 이었다는 것, 그래서 가을이 되자 고 3 엄마로서 좀 긴장을 했다는 것 정도가 떠오를 뿐, 그때 내가 느꼈던 감정, 그때 내가 봤던 풍경, 그때 내가 만났던 사람에 대한 일을 편을 갈라 말할 수 없다.

항상 같은 집에서 살았고, 만나는 사람도 별로 많지 않았고, 만나서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무척 힘들게 하거나 특별히 삶이 바뀌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기에 그때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를 알려면 내 블로그를 뒤져야 한다. 그러고서야, 아 내가 그때 그랬군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의 스무살에 대해서 이야기 하라면 할 말이 많다. 그 후로 10년 동안의 일은 해마다 어떻게 무슨 일을 하면서 보냈는지 그때 누구를 만났고 무엇 때문에 슬펐는지 또는 좌절하거나 화가 났거나, 절망했던 일들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행복했던 나날, 그리고 최근의 삶에 관해서는 기억하지 못하면서, 참으로 오래전 일들은 잊지 않고, 잊어버려도 좋을 만한 일들을 잊지 못하는 내 머리 속의 기억이란, 왜 이런 것인가?


이 책은 그 질문에 <망각의 역현상> 이라는 말로 설명을 해 주고 있다.

오래전 일은 선명한 색깔로 구체적으로 떠오르면서 며칠 전 일이나 몇 달 전 일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심화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즉 기억은 더 오래 전의 일이라서 더 깊게 묻힌 것이 더 잘 보인다는 것이다. 오래 전 일일수록 더 많이 잊고 최근 일일수록 더 많이 기억하여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망각의 역현상>이다.

그러면 왜 그런 일이 일어날까?

그것은 인간의 생물학적 조건과 사회적인 환경의 산물이라고 한다. 즉 스무살 무렵의 뇌가 가장 활발한 때이고, 이때는 여러 변화되는 환경에 재빨리 적응을 하며 이 시기의 사람들은 정체되지 않으려는 욕구가 강해 여러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이 때 저장된 기억의 보존이 양도 많고 질도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기억이 말하는 때에 따라 다르고 가끔은 책이나 텔레비전, 꿈에서 본 내용을 실지로 한 것처럼 기억한다는 사실을 들어, '기억의 진실성' 여부를 묻곤 한다. 그런데 그것은 진실의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억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봐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는 신경학자이며 <색맹의 섬>의 저자 올리버 색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리버 색스의 기억을 들추어 보고 그 기억을 말하는데 있어 올리버 색스가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자기 기억을 말하는가를 살폈다. 즉 올리버 색스는 60세가 넘어서 자기가 어릴 때 겪었던 일을 갑자기 쏟아내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하게 된 이유는 올리버 색스가 자기 자신이 <착한 아들>이었는지에 대한 성찰 때문이었다.

이 사례를 통해 저자는 기억을 말한다는 일은 자기 통찰의 의미가 들어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어떤 부분은 확대가 되기도 하고 젊었을 때는 무심코 넘어갔던 한 자락의 사건이 매우 커다란 가지가 되어 그 의미를 짚어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중심은 <망각의 역현상>과 <향수>이다. 기억이 병이 되기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기억이 어떤 방향으로 나가느냐에 따라 현재의 삶과 미래의 삶을 방향짓는 것을 보게 된다. 과거가 미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덧붙여, 기억과 망각은 현대 산업 사회의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되고 있다는 견해가 설득력있다. 몇 세 대 전만 해도 손자와 조부모가 함께 살기가 어려웠다. 영아사망율이 높았고 노인은 노인이 되기 전에 일찍 죽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발달된 의료 서비스는 노인의 시기를 계속 늘려 놓고 있고, 구매력 있는 노인이 많아지고 있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종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치매는 병이지만 건망증은 노화되어 가는 인간의 자연스런 결과인데도, 건망증을 치매의 전조증상으로 여기게 하고, 이를 예방해야 할 병증으로 여기게 함으로서 노인상품을 만들어 낸다. 뇌 운동을 하는 기구, 보조식품, 운동처방, 실버 여행과 놀이 등등.

그러나 저자는 뇌를 위한 프로그램의 실제 효과를 부정한다. 운동이나 식품으로 뇌가 보다 더 좋아진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그 보다는 생활 태도나 가치관이 뇌 활동을 활성화 시켜 노화를 더디게 하고 생겨날 수 있는 문제를 덜 일으킨다고 이야기 한다.


저자의 다른 책 < 나이 들수록 왜 시간은  빨리 흐르는가>가 책장에 있다. 책장을 펼쳐 보니 2006년 1월에 읽었다고 되어 있다. 읽었다고 했지만 어떤 내용인지 말할 수 없어서 다시 읽고 있다. 독서에 관한 내 기억이란 점점 책 제목이 익숙하긴 하되, 그 책에서 무엇을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 식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책을 두 번 읽는 경우가 드문데, 앞으로는 두 번이 아니라 서 너 번을 읽고 나서야 그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자기 기억에 대한 슬픔이 생기는 것도 노화하고 있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한다. 그러면 나는 상당히 정상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

흥미있게 읽은 책 저자의 다른 책이기도 해서 다시 읽으려고 하는 것이지만 그 주제가 기억, 나이, 시간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나 자신 꽤나 <나이 들어가는 일>과 <기억>과 <시간>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이다. 나는 왜 이럴까, 저자가 올리버 색스를 일컬어 <자기 이야기에 대한 전문가>라는 평을 했는데, 나도 다른 누구보다도 나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