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서원 출판사 堂山書院/편지, 나에게 또는 당신에게

커피와 함께, 모리노카페

자몽미소 2024. 11. 8. 13:15

Cho의 한의원 진료를 마치고 나서 근처 식당에서 국수를 먹었다. 늦게 잠들어 아침에 일어난 시간이 8시여서 허겁지겁 집에서 나왔기에, 진료가 끝난 11시 경에는 배가 고파지고 있었다. 배가 고파지면 먹을 음식의 종류를 떠올린다. 처음엔 파리바케트에 가서 브런치로 샌드위치를 먹겠다고 했다가 한의원 근처에 있는 국수 집으로 바꾸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으로 가서 국수를 시켜 먹었다.  맛은 모르겠다. 내 입이나 남편의 입이나 이미 맛을 좋게 평가할 기능이 떨어져 몇 달째 입맛이 쓴 사람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남편의 발병 이후 나는 유트브에서 건강 강좌를 끊임없이 보면서 선무당 의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집의 부엌에서 무엇을 잘못했나 반성과 분석을 계속했다.
결론은 매우 여러가지 들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밀가루 음식을 멀리한다기 보다 아예, 안 먹는다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국수집이나 빵집을 음식을 먹는 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은 그 룰를 깼다. 며칠전에도 좀 깼다. 그래서 국수를, 밀가루가 주인 음식으로 배고픔을 완화시켰다.

차가 있는 한의원 주차장 쪽으로 돌아오는데 로스팅을 직접 하는 카페가 마치 손짓을 하는 것 같았다. 어이어이, 커피도 한 잔 해! 약을 먹고도 잠을 못 자는데 커피 먹고 아예 잠을 쫒아내버리지 그래! 신장암에는 커피가 독이고 당뇨에는 밀가루가 독이고 그래서 남편은  커피를 절대 거부해야 할 것이었지만, 잠못자는 여자가 커피를 마시겠다 하니 기꺼이 유혹에  동참했다. 그래서 우리는 커다란 나무와 운동기구 몇 개로 만들어 놓은 동네 작은 공원을 모리,森 라고 여기고, 그 앞에 있다고 해서 '숲속의 목소리'라고 이름 붙인 카페에서 몽롱한 정신을 이고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
매우 행복한 데이트를 하는 젊은 연인이나 되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흐믓해 하는 것은, 이것이 지난 여름부터 우리 자신을 통제하고 관리하던 긴장을 휙 던져버린 게 기쁘기 때문이다.
금기음식에는 커피 말고도 인간의 기원이 된 두 사람, 아담과 이브도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거짓말인데, 지금 우리 두 사람은 사과 대신 커피를 앞에 놓고 아담과 이브가 되어 있다.
어쩌면  신화처럼 똑같이 여자가 남자를 꼬신 것도 같고 말이다. 심지어 신장암 환자에게 커피를 먹이는 만행을.

나의 아담은 지난 두 달 동안, 지난 세기에 세계가 전쟁에 휩싸여 있는 동안 더 많은 인간을 죽이기 위해 사용했던 살상무기인 독가스와 같은 성분의 항암약을 몸에 투입한 사람이다. 그는 독가스를 맞고 쓰러지다 겨우 그  참호에서 벗어나오면서 예전의 낭만이 조금 그리웠다. 그는 매일 아침 커피를 내리는 남자로  아내인 나에게 커피를 대령해주는 희생봉사를 기쁘게 하던 사람이다. 그 10여 년 동안 우리들의 아침의 사치는 결국, 부신이 나쁜 아내의 몸에 안 좋았고 신장이 나빠지는 줄도 모르는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거였다.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의 커피 사치는 두 사람의 삶에 온화한 향기를 발라주는 것이었다. 어떤 여자들의 꿈이 침대까지 배달된 커피를 마시며 잠에서 깨는 거라고 하는 말을 남편은 알고 있었다. 남편은 침대가 아니라 유트브를 보며 소파에 널부러져 있는 아내를 일으켜세우는 커피를, 자신이 제공하는 향기나는 사랑으로 여기고 살아왔다. 그래서 지난 여름 이후로 이 두 사람에게 커피가 금기음식이 되자 그 집에서 매일 아침 펼쳐지던 아침의 광경은 사라졌다.
자취를 감춘 커피 대신 당근과 사과와 비트를 짜낸 착즙쥬스가 등장했지만, 이것은 남자가 여자에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남자에게 해주는 서비스에서 의무가 되고 책임이 되었다.  원래 책임이나 의무라는 것에서 매우 취약한 성향의 여자는 서서히 착즙쥬스가 아니라 착즙된 쥬스의 찌꺼기처럼 바짝바짝 신경이 곤두서고 까칠해졌다. 커피를 마시던 때는 오히려 잠을 잘 자던 때도 있던 여자는 커피를 못 마시게 되고, 자기의 의무가 된 착즙 쥬스를 만들어 남편을 먹이고 자기도 먹으면서 되려  잠을 더 못자게 되었고, 착즙된 당근 찌꺼기처럼  단단함과 빛나는 빛깔을  잃어 볼품이 없어졌다.

그러므로, 오늘 금기음식에 손을 대고 입으로 가져가는 동안, 여자는 어쩐지 옛시간의 평화를 되돌려 받는 것 같아서 기뻤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신 여자의 얼굴에 세척당근보다 반빡이는 싱싱함이  올라오는 것을 보는 남자는 생각했다. 이브의 유혹에 따라 금기음식을 먹은 아담은 신의 말을 따르는 것 보다  행복했을 게 틀림없다고.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오블완 #글쓰기챌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