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이 분은 나에게 오키나와 민요를 불러주셨다.
2006년 겨울, 남편을 따라 일본 신종교학회의 답사를 따라 다닐 때였다.
하루 종일 방 정리를 했다. 일본 책, 문학책, 한국작가 책, 외국 작가의 책, 사회과학 책, 일본어 공부용 책으로 나누어 정리하고 위치도 이전과 다르게 바꾸어 꽂았다. 방 안에서 책의 이사를 한 셈이다.
이 사진은 옛수첩에서 ' 툭 ' 하고 떨어졌다. 앨범에 정리하지 못하고 수첩 날개에 끼워둔 사진이었다. 어느 사이에 종이사진도 유물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종이 사진을 인화하지 않게 되었다. 메일로 보내다가 이제는 카톡으로 보내고 만다.
방 정리를 하고 나서 최근 생각했던 걸 써야지, 노트북을 열고 써야지 했지만
정리가 잘 된 방에, 지금은 아들이 들어가 있다. 교사 연수를 마치고 저녁에 집에 왔다. 내일 출근을 여기서 하기로 하고.
책장의 가장 위쪽에 있던 오래전 일기장도 몇 개를 열어 보았다. 지금이나 그때나 내 성격은 비슷하고 고민도 비슷했다. 몇 개의 일기에는 아들 이야기도 나오는데, 저 사진을 찍을 때 아들도 함께 갔었다. 그때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지금은... 아들은 이제 자기 나이가 아저씨 나이라며, 2025년 달력을 보며 안타까워했다. 시간이 가고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고 모든 게 달라진다. 당연하고 당연한 일인데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때 40대 아줌마였던 나는 나에게 낯선 사람이다. 12월이었다. 이때 배운 노래를 부르면서 이 블로그에 업로드 했던 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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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블로그에서 가져옴( 사진과 동영상은 복사해 오기가 되지 않고 있다)
#調査&旅行/#오키나와 여행기
*봉선화-딘사쿠누 하나/ 따라 부르기
자몽미소
2006. 12. 30. 14:13
노래 따라 부른 사람: 후니 마미
때: 2006년 12월 30일
1.아래의 노래 책에 실린 가사를 찍었는데 위에 녹음된 CD에는 2절부터 가사가 조금 다르다.
2. 여행 중에 발견하고 얼씨구나 하며 샀던 오끼나와 노래 책
3. 악보도 나와 있어서
내년엔 피아노를 배워 직접 치면서 노래 불러볼까 하는 희망을 가지다.
4.그림에 보이듯이 여름날 마루 끝에 걸터앉아 손톱에 물들이는 소녀들.
나 어릴 때, 손톱에 물들인 적 있었나?
--------나는 저런 추억이 없다. 봉숭아꽃을 심은 이웃집 마당에서 놀았던 기억은 있지만, 그 예쁜 색깔에 반해서 뙤약볕 아래서 여문 봉숭아 씨들을 톡톡 건드리며 씨앗을 털고 다음 해에 우리 집 마당에 심어 보리라 마음 먹어본 적은 있지만, 봉숭아 꽃을 심었던가?
어린 소녀였을 때 우리 집 마당은 황량했다.
마을 언니들이 봉숭아로 손톱에 물들일 수 있다고 말은 했으나 <명반> 이라는 중요한 약품을 넣어야 한다는 것도 몰랐고, 구할 수도 없던 터라 제대로 물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대 때 한 번 손톱에 물들여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스무살이던가 그 언젠가 어떤 마음으로 봉숭아 물을 들였는지도 잊어 버린 지금, 이 노래를 부르며 여름날의 봉숭아꽃을 떠올린다. 마당을 건너온 바람으로 봉숭아 꽃물을 말리며 손톱에 물 들이는 소녀,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었건만 벌써 30년 전 여름은 먼 데로 가 버리고
나에겐 아쉽게, 너무 아쉽게도 봉숭아꽃 미련만 남았다.
마음에 스민다는 것의 슬픈 아름다움이 노래 가락 속에서 춤을 추는 것 같다.
내년 여름엔 내 손에도 곱게 봉숭아 물 들이고 그 손으로 피아노 반주 하며 알고 있는 봉숭아 노래 모두를 불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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