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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같은 돈, 물같은 돈

누나 만나러 간다고 했더니 아들이 용돈을 보냈다. 며칠 전에는 며느리가 따로 챙겨주었는데 또 보낸 것이라 안 받겠다고 했지만, 받아달라고 한다. 누나랑 백화점 가서 옷 사입으라, 백화점 옷이 좋더라, 엄마는 자기 옷을 못 사니까 이 돈으로 꼭 엄마 봄 외투를 사 입어라, 아기낳고 정신없이 지내느라 정작 엄마를 챙기지 못하고 있더라, 엄마가 돈을 받아주면 미안한 마음이 덜어지겠다. 아들의 메세지를 읽고 안 받겠다던 말을 뒤집고, 고맙다 잘 쓸게, 로 대답했다. 내 통장에 또 돈이 쌓인다. 아들이, 며느리가, 딸이, 사위가 주는 용돈을 받을 나이가 아니야, 라면서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주는 건 작고 받는 건 언제나 미안하다. 자식의 돈에는 이 돈을 벌기 위해 ..

사회학책 읽기모임 시작

당산서원 글방 시작 방법: 읽고, 쓰고, 말하고 토론 한 달에 한 번, 세번째 토요일 도움주실 분 : sungyoon_cho 장소 : 당산서원 날짜와 책 2024년 5월 18일 1회: 핀란드역으로 2024년 6월 15일 2회: 독일이데올로기 2024년 7월 20일 3회: 프랑스혁명사 3부작 4회 이후 추후 책 목록 결정굥부책을 다시 잘 읽어보아야겠다. 시즌 1을 잘 마쳐보자. 읽고 설명하기 읽은 내용 메모하기 읽은 내용 토론하기

습관 만들기의 두 번째 날

습관 만들기의 두 번째 날 4월 16일, 써클 모임의 원장님이 세월호 10주년을 추모하며 제주 부두에서 진혼무를 추기로 하였으므로 함께 하려 하였다. 6시에 시작하니 집에서는 5시 반에 나가려고 어제저녁에는 입고 나갈 옷을 미리 꺼내 두었다. 7시에 추모가 끝나면 돌아오는 길에 헬스장에 들르고, 집에 돌아와 어제에 이어 모닝 글쓰기도 하려 하였다. 새벽 2시 반에 잠에서 깼다. 뒤척이다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4시, 책을 읽다가 5시 반까지 괜찮은 상태면 부두로 갈 생각이었다. 책을 읽으려다, 이틀 전 비행기 안에서 썼던 메모를 읽었다. 펜을 잡고 다시 썼다. 고개를 드니 시계는 6시가 되어 있었다. 피곤했다. 부두로 갈 것을 포기하고, 이어서 나오는 것들을 7시까지 쓰고, 침대로 갔다. 잠들고 싶었..

100일 동안

100일 동안 4월 15일, 오늘 날짜에 1일이라 쓰고 7월 23일에 100일이라고 적었다. “100일 계획을 몇 번이나 해 봤는데, 대략 일주일이면 흐지부지되더라. 이번엔 꼭 끝까지 해봐야지.” 내가 말했다. “계획을 왜 세워?” 남편이 물었다. “당신은 꾸준한 사람이니까 계획을 안 세워도 되지만, 나는 내가 뭘 하려 했는지 잊어버리니까 적어 놓는 거야.” 남편은 꾸준한 사람이다. 뿌리를 깊숙이 뻗어 곧게 서 있는 나무 같다. 나는 꾸준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한의원 의사는 나를 보고, 기질적으로 끈기가 없으니, 음식도 현미나 보리밥을 먹지 말고 찹쌀떡이나 흰밥을 먹으라고 했다. 계획적인 인간은 아닌데 일 년에 몇 번씩 계획표를 그리곤 한다. 계획표대로 되지 않는다. 좀 더 간단히 시간 계획을 세운다...

글일걸 6-기저귀의 추억

기저귀의 추억 “언니 어린 시절이 이랬다고? 언니가 아니고 할머니가 겪은 옛날이야기 같아!” 밭 도랑에서 기저귀를 빨았다는 내 글을 읽은 막내 동생이 말했다. 이제 오십 초반의 동생에게, 글에 나오는 나는 60세의 언니가 아니고 여덟 살의 아이로 보였던 모양이다. 동생은 내 부모가 눈치껏 알아서 집안일을 하는 딸에게 너무 무심했던 거라고, 결론지었다. “언니와 나랑 아홉 살 밖에 차이가 안 나는데, 어린 시절 기억은 너무 다른 것 같아!” 어딘가 미안한 마음으로 동생이 말했다. “기저귀 말인데, 우리집에서 제대로 된 기저귀를 한 건 너 부터였어.” 그게 무슨 말이냐고, 기저귀 없이 아기를 어떻게 키우냐고, 동생이 말했다. 남동생 둘 아래로 여동생이 태어난 건 내가 열 살이던 1973년 여름이었다. 동생이..

글잉걸 5- 냄새가 있는 선물

Morning Letter Greengirl 5-냄새가 있는 선물 아들의 머리가 아기 침대에 누워 있던 손자를 덮고 있다. 기저귀에 파란 줄이 보이면 갈 때가 되었다는 것이고, 똥을 쌌을 때는 냄새로 알 수 있다며 코를 대고 확인하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난 지 보름째, 아들 내외는 아기 똥에서는 요구르트 냄새가 난다고 했다. 샛노란 색일까 했는데 기저귀 안에는 여름 풀처럼 싱싱하고 푸르지만 묽은 상태의 똥이 한 숟갈 정도 양으로 기저귀를 묻히고 있었다. 나도 머리를 기울여 아기가 내놓은 똥에 코를 대본다. 나에게는 다른 냄새가 났다. 맡으면서 이걸 뭐에 비교할 수 있나 떠올려 보았지만 비슷한 무슨 냄새도 생각나지 않고 뭐라고 할 수 없이 달콤하고 즐거워진 느낌만 남았다. 이런 냄새를 싫어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