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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귀요미

알배추 4개로 김치를 담갔다. 파를 사오지 못해 고명으로 넣지 못했다. 미리미리 명절을 준비하는 마음. 며느리가 이번 16일에 그냥 지나가서 서운하지 않은가 물었다. 그렇게 물어볼 때야 알았다. 16일 저녁이 허전했던 것은 매달 하던 걸 안 해서인 걸.이번달에는 명절이 있고 16일 당일에는 제자들도 바빠서 못 오고 아들마저도 퇴근 후 야간에 대학강의를 가니 넘기자 했던 것인데 다음부터는 16일 기일을 꼭 지키도록 해야겠다 생각했다. 기일에 음식을 만드는 것은 남편을 애도한다는 핑계로 그를 그리워하는 나를 위한 퍼포먼스다.페이스북 추억보기에 7년전 사진이 떴다.아마도 내가 링겔을 맞으며 병원 침대에 누워 있던 때인가보다. 감기에 걸렸던가. 커튼을 빼곰이 열고 나를 보는 cho. 나도 따라 활짝 웃었을 것..

206. 무엇이 되었든 500자 쓰기

어제와 닮은 오늘밤 손자는 어린이집에서 5시에 하원한다. 지ㅜ엄마나ㅜ아빠가 퇴근 후에 손자를 데리고 오는 동안 나는 저녁 밥을 준비한다. 애들에게ㅜ밥을 차려주고 나는 손자 밥을 먹인다. 손자는 티비를 보면서 내가 떠먹여주는 걸 새끼제비처럼 받아 먹는다. 애들은 밥을 먹고나서 6시쯤 에 자기 집으로 먼저 간다. 나는 설거지를 하고 집안 정리를 좀더 하고 7시쯤까지 티비를 본 손자를 얼러서 집으로 데려갈 준비를 한다. 7시쯤 가야 나도 운동을 빼먹지 않기 때문에 손자가 자기손으로 티비 리모콘을 끄고 집에 가도록 손자를 잘 구슬려야 한다. 손자는 요즘 까까를 사주라고 요구하고 그에ㅜ응답하면 티비 리모콘을 끈다. 이렇게 자기손으로 리모콘을 끌 때는 자기집에 데려다주는 일이 순조롭게 흐른지만 가끔 8시가 다 ..

205. 제자리에서 맴맴 돕니다

실패를 만회하려고 매일 다음날을 상상할 때는 부지런한 내가 부지런히 하루를 산다. 그러나 매일 잘 안 된다. 그래서 매일 병원이며 상담센터며 일정을 잡아 아침에 움직였다. 오늘 같이 아무 계획도 없는 날은 집에서 모처럼 만난 휴일 같이 느긋하고 여유롭게 움직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일어나 보니 나는 여전히 기운이 없고 뭘 하고 싶다는 마음이 숙제처럼 여겨진다. 이거 참 안 좋구나.어제 답변하지 않은 카톡에 응답하면서 비로소 하루가 열리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노트북을 갖고 나와서 이렇게 적는다. 노트북만 갖고 나왔다. 노트북하고만 놀아야지 하고 갖고 나왔다. 그러면 뭔가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챙겼다.내 앞과 내 옆에 여자들이 있다. 한 여자는 꽃무늬 원피스를..

204. 브런치와 500자

어제 저녁은 줌으로 한국어 교실을 열었다. 40분 무료 이용으로 한 사람의 발표를 듣고 세 명의 이야기도 들었다. 딴 생각을 안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줌이 끝난 후 일기장을 펴들었다. 일주일이 어떻게 지났는지 바쁘지도 않았는데 빈 페이지가 일주일 넘게 이어졌다. 말을 하고 싶지 않다거나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일기장을 펴보지 않는 사이에 쓰지 못하고 넘어갔다.10시쯤에는 남편 사후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컴퓨터를 열어 보았다. 다음달 7일에 만날 사람에게 남편이 남긴 자료를 넘겨줄 것이라 컴퓨터를 열었다가 그건 찾지 못하고 사진을 오래 봤다. 결혼하던 날의 사진에서부터 블로그 모임 때 찍은 사진들을 꺼내 보았다 남편도 젊고 나도 젊었고 아들은 아직 중학생이던 때였다. 사진을 보고 자료도 찾다가 ..

203. 나에게 주는 한 시간의 선물

오늘 만난 후배는 요즘 영어공부를 한다고 했다. 지난 봄에 유럽 여행지에서 다짐하고 온 게 집에 돌아가면 영어를 배워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난 한 달 동안 매일 1시간씩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365일 매일 1시간은 공부를 한다는 게 스스로에게 건 약속이다. 한 달이 지나가자 실력이 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하니 무얼 하려면 계속 꾸준히 하는 힘이 중요하다.아침에 생태숲에서 걸었지만 라면 먹은 게 신경이 쓰여서 손자를 데려다주고 저녁 운동으로 동네를 걸었다. 신성여중 운동장 까지 걸어갔으나 운동장에선 한 바퀴만 걷고 돌아왔다. 요즘 뉴스에서 사건사고를 듣다보니 어두운 운동장에서 혼자 있으려니 무서워졌다. 집에 돌아오니 한 시간 조금 넘게 걸었다. 저녁에 먹은 라면의 칼로리를 소비하려면..

카테고리 없음 2026.08.30

202. 몸을 살리는 조금

후배와 생태숲을 걷고 나서 목욕탕에 다녀왔다. 몸이 가뿐하고 개운해졌다.땀을 흘리는 동안 몸에서 독소가 배출된 것 같다.어제 저녁 후배와 만날 약속을 할 때 오전에는 손자를 보지 않는다 는 것만 생각했다. 그러니 넉넉잡아 10시쯤 후배를 픽업하러 간다는 생각만 했다. 아침엔 9시 반이나 되어서야 일어났다. 부랴부랴 커피를 내리고 계란을 찌고 과일을 챙겨 후배에게 전화를 했다. 나 이제 나간다. 조금 있다 집 앞에 와 있어라.생태숲으로 가는데 아무튼책방지기에게서 전화 ㅡ가 왔다. 왜 전화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책방지기가 나에게 오히려 왜 안 오느냐고 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못했다. 그리고 몇 초 후에 깨달았다. 지난주부터 그 책방에서 토요일 오전 프로그램을 참가하고 있었던 걸, 그리고 오늘..

201. 우울모드

파리바케트가 좋아서 온 건 아니다.치과 진료는 5분 만에 끝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대로 집으로 들어가는 걸 거부하는 마음을 알아주려고 빵집으로 차를 돌렸다.오전 중에 나를 돌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늦게 자고 늦게 일어났고 어렵게 병원까지 다녀오지만 이 용건이 끝나니 다음을 무얼로 해야할지 여러 선택지 앞에서 갈팡질팡한다.남편이 내 옆에 없으므로 그의 밥을 차려주러 얼른 집으로 돌아가는 일 같은 게 없어져 버린 것이다.어제는 저녁에 열무김치를 담았다. 음식을 만들면 남편을 불러 입안으로 요리한 음식을 밀어넣어주던 것은 이제 기억에만 남았다. 그럴 때의 그가 보여주는 만족한 표정 같은 건 이제 볼 수 없게 되었다.파리바케트에도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고 싶을 때 같이 오던 장소이다. 오늘은 샌드위치를..

200 헛걸음

치과에 정기검진을 가야 할텐데 싶으면서도 날을 미루는 사이 당장 진찰 받아야 하게 생겼다. 잇몸 패인 곳에 붙여둔 게 어느새 탈락해 버렸기에 땜질을 해야 했다.노형동에는 나의 오랜 단골 치과가 있어서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했다. 간호사는 오늘 진찰을 받을 거면 예약없이도 조금 기다리면 될 거라고 했다. 뜨거운 날이었지만 미룰 일이 아니라 차를 몰아 치과 병원으로 갔다.노형동에는 주차할만한 곳이 별로 없어 치과에 갈 때마다 매번 동네를 뱅뱅 돌아야 하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도 주차는 해야 해서 식당 앞에 차를 세웠다. 식당의 내부는 불이 꺼져 있었지만 내가 진료를 마치고 나올 때 영업을 시작하려던 주인이 가게 앞에 주차하면 어떡하냐 따질 것만 같아 안심이 되지 않았다. 뜨거운 해를 가리려..

198 오늘도 정리중

아들이 손자를 데리고 왔다. 잠에서 깨고도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늘적거리다가 손자 목소리가 들리자 용수철 처럼 튀며 일어났다.오늘은 지하 작은 서고에서 종이자료들을 정리 할 것이다. 남편이 남긴 학교서류들, 일본어와 영어 자료복사물, 퇴직 하면서 갖고 와 보관하며 중요하다 싶은 자료들이었지만, 그 자료를 읽어낼 사람이 사라진 지금 그저 종이더미가 되어 버렸다. 매일 제습기를 돌리며 관리해 오던 지하 작은 서고에서 책을 제외한 복사물을 오늘 정리하기로 했다.아들은 노끈을 사왔고 조카도 사촌형을 도와주러 온다고 했다하니 오늘 오후 쯤에는 서고의 반을 차지하던 종이자료들은 재활용 통에 담겨 떠나게 된다. 남편의 살 한 부분, 연구자의 필수적인 자산 같았던 것이지만 이제는 쓰레기장으로 가게 되었다.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