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첫주 2일째
12일 어제는 1회 주사, 오늘은 3차례 항암제를 주사한다.
어제는 영상센타에서 CT 검사를 했고, 13일인 오늘은 핵의학과에서 검사를 한다. 뼈에 전이되었는지를 보기 위한 검사라고 한다. 어제 검사에서는 가슴 부분, 간과 폐 검사를 했는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의사의 이 한마디가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쁘고 감사하다.
■ 핵의학과/ PET-CT
이 방은 2년 전, 내가 수술을 할 때도 와서 검사를 받았던 곳이다. 숨을 크게 뱉고 참는 식으로 검사를 했었다. 지금 남편도 그 과정으로 몸이 살펴지고 있다. 이곳에서 찍힌 사진은 그 어떤 예술가의 사진보다 예술적이다. 흑백으로 보여지는 몸의 안.
이 사진의 해석은 고도로 전문적인 수련을 거친 의사만이 읽을 수 있다. 여기서 찍히는 그림은 기호들이다. 나는 이 세상에, 현대 사회에 살면서 이 어려운 것들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병원에 와서 의사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새삼스레 확인하고 놀라고 고마워한다. 그 어려운 공부를 하던 그들의 밤과 수련의 시간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그뿐인가, 병원은 의사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병원이라는 시스템을 움직이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의 몸처럼, 몸의 각각의 장기처럼, 세포처럼 움직인다.
항암제는 노랑색이다.
축구장의 엘로우카드도 노란색
봄의 개나리도 노랑색
우리아기 저고리도 노랑저고리, 라던 동요도 생각난다.
깨어나는 것, 깨게 하는 것 노랑색.
■3차 항암제 오후 13시 20분
오늘 세 차례의 항암제 주사가 끝났다.
30분 짜리, 15분 짜리, 1시간 짜리 라고 했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15분 짜리 항암제를 주사했던 것이라고, 이것이 두 번째에요? 라고 묻는 내게 간호사가 알려주었다.
■ 가족밴드에 바다와 숲에 다녀왔던 사진을 올렸다.
<9월9일에서 9월 13일까지, 조앤김>
*바닷가는 가을을 데리고 오는 바람 덕분에 시원했고
*숲길은 여전히 무성한 초록의 에너지로 청량했다.
■ 병원 로비에서
콩팥 한쪽 종양은 악성이 아니고 물혹인 것 같네요! 라는 말을 듣기를, 그렇게만 되어도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렇게 될 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며 나를 달래주는 며칠.
어제 12일 병원에 와서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를 만나기까지, 소망했다. 양쪽 다는 아니겠지. 설마.
그러나, 결국은 양쪽 모두 암이라는 진단이다. 바로 입원했고 항암치료가 시작되었다. 항암이 잘 되면 수술을 할 것이다. 암이 신장 외 다른 곳으로 전이되어 있는지도 검사 중이다.
이곳에서는 우리몸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시스템을 따라 움직인다. 그들이 곁에 있어서 불안하지 않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8월 16일, 동네 의원에서 이 검사 저 검사만 하다가 나는 못하겠소 하고는 대학병원으로 쫒아냈던 그 날이었다. 대학병원에 왔으나 대한민국의 의료대란의 여파가 내게도 영향을 주었다. 그날 겪은 몸의 고통은, 지금은 지나간 일이 되었지만 암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던 그날 겪은 몸의 고통은, 컸다. 잘 참는 남편이 힘들다고 할 때는 내가 겪는 것의 100배는 되는 것을 살면서 알고 있다. 그날로부터 한 달 여. 암은 아니겠지 였다가, 한쪽만이었으면 하고 바라던 날에 이어서 이제는 항암을 하러 입원했고, 나와 남편은 병원 생활자로서 이곳 병원이라는 특수한 장소에 익숙해지고 있다.
같은 병실에는 10년 동안 몇 차례나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 그는 10년 전에 위암이었고 5년 후 완치 판정을 받고 나서도 대장암이 생겼다. 대장을 절제수술을 했다. 그리고 대장암도 완치 판정을 받았다. 그랬는데 지금은 직장암과 방광암 상태로 항암중이라 한다. 면역력이 너무나 떨어져서 다른 증상으로 고비를 여러번 겪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그의 아내에게서 들었다. 그녀는 남편의 현재 상태를, 그리고 무너지는 듯한 자신의 마음을 병원 밖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며 사람들과 만났을 때도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웃으며 지낸다고 했다. 웃음으로 공포와 울음을 감추며 사는 여자를, 오늘 만났다.
오늘 병원에는 한 달에 한 번 커피 봉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있었다. 드립 커피를 내려주었다. 환자 옆에서 지쳐있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러 와서, 10년 만에 커피봉사 받기는 처음이네 하며 반가워했다. 10년 동안 병원을 다닌 사람 인 것이다. 커피를 내려주는 남자는 오늘 처음 봉사하러 왔다면서 무대에 올라가 어색해 하는 소년처럼 조용히 드립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연두색 조끼를 입은 남자 몇 명이 병실을 다니면서 커피를 마시러 오라고 청했다. 병원에서 좋은 일을 하고 싶어서 새롭게 결성된 커피봉사팀인 것 같다.
병원 로비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있다. 그 피아노 앞에서 몇 년 전, 나는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지금은 활동하지 않지만 그때는 합창단이었다. 늦가을 어느 날이라고 기억한다. 합창봉사 라고 했지만 노래를 부르며 우리의 노래가 아픈 사람에게 무슨 소용이나 있을까, 아픈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는 게 미안했었다. 그때 병원에 왔던 사람들, 로비를 지나치며 우리가 부르는 노래를 들었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지낼까. 혹은 다른 세상에서 잘 지내고 있을까. 그런데 나는 이 로비에 앉아 어떤 합창단이 와서 노래를 불러준다면 아픈 일의 두려움을 잠시 잊고 오늘 주어진 하루를 감사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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