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프기 시작한 날은 8월 15일, 그날 저녁부터 혈뇨가 보였으나 나에게는 뒷날 아침에야 그 이야기를 하였다.
그때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비뇨기과, 응급실, 한마음 병원에서의 검사 여럿. 큰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에 설마 설마 했던 여름의 시간들이 있었다.
암일 것 같다고 할 때만 해도 정밀검사에서 암이 아니길 바라며 기다리던 시간들이 있었다.
남편에게 신장암 진단이 나온 날은 9월12일. 남편의 생일 전날, 진찰실에서 바로
항암을 시작한 지 오늘로 한 달이 지나고 있다. 4회 계획으로 시작한 항암치료.
2박 3일동안 입원하며 주사를 맞는 방식으로 3차 항암을 마쳤고,
입원하지 않는 날에는 한의원에 다니고 있다.
오늘은 날이 선선하니 집에서 의원까지 걸어가보겠다며 집을 나섰다.
남편의 걸음이 많이 느려졌다. 20분이면 걸을 길을 반 시간 넘게 걸려 한의원에 왔다. 쉬면서 천천히 왔다.
오후 3시, 남편은 치료실에 들어가 있고 나는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지난 두 달 동안 힘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힘이 든다. 그러나 어려운 길의 4분의 3은 지나왔다고 잘 견디며 이겨내고 있다고, 나와 남편을 다독이는 말을 속으로, 내 마음에게 여러번 해주고 있다. 4분의 3이나 지났어, 나는 한의원 대기실에 앉아서 따뜻하게 용기내는 나와 함께 있다.
항암 주사를 맞고 퇴원을 하면 일주일 가량이 힘들고 3일 정도는 견딜만하다고, 남편은 퇴원 후 그 3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항암부작용이 심해서 먹기도 걷기도 앉아 있기도 힘든 일주일을 보내며 조금은 덜 힘든 그 3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남편은 그 며칠 동안에 음식을 음식으로 받아들이는 혀를 되찾ㄱ고 책을 볼 힘도 생긴다. 나는 남편이 힘들어하며 얼굴을 찡그릴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가 입원 하기 며칠 전부터 기운을 차리는 걸 보면 다시 기운이 나곤 했다. 그렇게 해서 세 차례의 항암시간을 보내는 참이다.
오늘은 퇴원 후 3일이 지난 때, 남편이 밥을 잘 못 먹는 때, 그래도 어제보다는 컨디션이 좋아진 느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채소 넣어 만든 김밥을 여러 개 집어 먹었고, 한의원까지 걸어서 왔다. 만든 김밥을 먹어줘서 남편에게 고마워했고 운동을 겸해 한의원까지 걸어온 것도 고마워했다. 고마워! 하고 말하는데 눈물이 난다.
너무 힘이 들면 힘을 내라는 위로 조차 듣기 힘들었다. 그러나 힘을 내고자 해야 힘이 난다는 걸 힘든 시간을 지나오면서 알게 되었다. 그랬다.
2024. 10. 15일. 발병 발견 후 2달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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