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내 생각-
지난 달부터 이 작가에 주목하고 있었기에 번역된 책 중에 두 권을 더 구입했다.
이번 책에서도 작가는 자기 체험을 소설처럼 이야기 하고 있지만, 결국 또 이것이 소설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 하는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책 두께는 무척 얇았다. 번역가의 해설까지 붙여서 80 쪽이 되지 않는 분량이다. 프랑스에서 이미 이 작가에 대한 자리 매김이 되어 있는지라 우리나라에 와서도 문제적 작가로 주목받아 이 분량으로도 책 한 권이 되었겠지만, 이 책의 방식처럼 한국에서 한 무명작가가 문학계에 얼굴을 내밀었다간 이것을 소설이라고 하셨소! 하는 핀잔을 들을 것이다. 그만큼 기존의 소설 형식에서 자유로워버린, 작가 고유의 글쓰기에 대한 고집이 책 속에, 책 속의 글 내용에 들어 있다. 바로 그 점이 이 짧은 이야기가 소설이 되면서 고백이 되는, 현대 문학계에서 분류하자면 적합한 자리가 없어 또는 다른 무엇으로도 명명할 수 없지만 독자는 소설로 읽어야 하는 이상한 합의를 해야만 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자기 자신.
얼마전에 헤어진 남자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말을 들은 후로 자기 내면에 일어났던 폭풍과 같은 질투가 어떻게 자신을 고통으로 밀어넣었는지, 그리고 그 고통의 상태가 구체적으로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정말로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감정의 상태를 경험하면서 그는 치정 사건에 관한 하고많은 이야기의 주인공과 자신이 다를 바 없음을 뼈저리게 인정한다. 질투에 몸 떠는 가엾은 여자로 보이지 않기 위한 제스쳐,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옛애인을 다시 되돌려받고 싶은 마음을 숨기면서도 끝없이 그 옛애인이 아니라 애인의 새 여자친구에게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구체적 묘사. 나 자신을 살지 못하고 그 여자를 자기 몸 속에 함께 기거하도록 하는 심리상태는 이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는 매우 즐거운 글읽기를 선사한다.
그러나 독자의 이런 반응은 작가가 자기 내면을 들여다 보면서 끝까지 밀고 들어간 마음의 상태와 그것을 글로 표현해 낼 수 있었던 능력에 따라 생겨난 것이다. 결국 작가의 글쓰기 정신이야말로 옛애인의 새연인에 대한 집착보다 더 깊은 것이었기에, 작가는 자기 몸 속에서 일어났던 물질적인 것으로서의 감정과 감성을, 다른 무엇이 아니라 글로써 표현하고 싶었기에 어떤 이야기에 문학적인 미학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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