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오래된 서울 -2015년의 책읽기 35

자몽미소 2015. 10. 1. 00:12

 

 

나는 서울을 드라마를 통해서 알았고, 영화를 통해서 보았고, 소설을 통해서 꿈꿨다.

서울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었을 때, 나는 항상 이방인이었고 언제나, 이곳이 어느 곳인지를 헷갈려 어리둥절했다.

서울에 가고 싶어서 공부를 열심히 하다가 서울행을 정지당한 후에는 좌절의 땅처럼 보였던 곳이 철이 들면서는 도저히 갈 수 없는 곳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내가 가진 것으로는 서울에 내 몸을 붙일 곳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였을 때는 청춘은 이미 지나가 버린 후였다.

 

지난 달에 영화 사도를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서울에서 대궐 안의 넓이는 어느 정도였을까. 걸어본다면 얼마나한 크기이길래, 조선시대 내내 그 궁궐 안에서 무수한 이야기들이 일어나고 무참한 일들이 끊이지 않았던 것일까.

서울 태생인 남편에게 물으니, 자신의 박사논문을 읽어보라고 하였다.  조선시대 후기 서울 이야기인데, 읽을 때는 고개 끄덕였겠지만, 이미 다 내용을 까먹고 말았고 내가 지금 가장 궁금한 사항, 즉 궁궐안을 하루 안에 다 걸어서 다닐 수 있나 아닌가 하는 점 등에 대해서는 읽은 기억이 없다. 다른 책에서 읽었더라도, 서울 시내 안에 있으면 남산이 남쪽에 있는 건지 북쪽인지 조차 어리벙벙한 내가 현재의 서울도 아닌 오래 전 궁궐 안의 크기와 넓이를  몸으로 어떻게 느낄 수나 있을 것인가.

 

남편이 가져다 준 이 책은 그 서울의 탄생과 성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고려말에서부터 현대의 서촌까지, 그곳이 어떻게 변하며 사람들을 모여들고 도시를 만들었는지를 상세하게 그려준 책이다.

재밌는 것은 각각의 시대에 주목할만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땅의 흥망성쇠와 더불어 그 땅의 기운에 맞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 모양이 마치 서울이 한 생명체처럼 느껴지게 한다.

서울의 궁궐의 크기는 책 속에 나온 그림으로 대강의 그림을 그려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걸 걸어서 직접 느낀 거리가 아니라서 몸으로 와 닿는 것은 아니다. 고작, 경복궁에서 남대문 까지는 우리집에서 신제주 입구 까지일까? 하는 식의 상상이다.

언젠가 서울을  직접 돌아다니며 걸어보리라 생각하던 것이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떠오르지만, 그럴 날이 쉬이 올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