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 온 책을 읽어준다.
4페이지 정도를 읽었는데 잠이 든 것 같다. 읽기를 멈추고 2분쯤 지나자 " 응! 내가 잤나 !" 하고 깼다.
무슨 내용 까지 기억하느냐 물으니 기억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읽었던 부분을 설명하고 다시 읽었다. 3페이지 정도 읽는데 코를 살짝 곤다. 이제는 깨지 않고 잠이 들었다. 검사 후 병실로 돌아왔고
4시간 동안 움직이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누워지내야 한다. 읽고 있는 책이 수면유도제가 되었다.
코를 크게 곤다. 그거 때매 또 깼네. 눈을 뜨지 않아서 나는 가만히 있는다.
여기는 바다와 하늘과 시내 정경과 비행기와 오름이 잘 보이는, 전경 좋은 호텔방이다. 나는 호텔에서 책읽어주는 여자가 되었다.
어라 <책 읽어주는 여자 >라는 소설이 있었어. 읽은 적이 있어. 그녀처럼 나도 나이든 남자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어.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생각해. 참 다행이다. 내가 이 늙은 남자를 이렇게나 좋아하고 있어서. 나이든 남자인데도 처음 만날 때처럼 젊게 보여서, 젊고 포근한 남자라서 폭 안기고 싶던 마음이 지금도 여전해서, 코를 고는 콧구멍 속에 수염이 삐죽이 나와도 더럽지 않고, 검버섯이 얼굴 에 피어올라 있어도 쓰다듬어주고 싶어서 다행이다. 여전히 코를 골며 잠자는 당신, 나는 이제부터 당신 머리 맡에서 책읽어주는 여자입니다. 나중에 많이 갚아주세요. 일본 여행도 가고 료간에도 데려가주세요. 이 호텔도 좋지만 저는 일본여행 가서 묵는 호텔이 더 좋으니까요..그때는 당신 옆에서 까불거리며 일본어책으로 읽어줄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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