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서원 출판사 堂山書院/편지, 나에게 또는 당신에게

바다가 보이는 호텔

자몽미소 2024. 9. 1. 16:00

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거다.

방은 6329호, 그러니까 똑같다.
접수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내려, 방 번호를 확인하고 들어왔다.
침대, 옷과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수납장, 냉장고도 있다. 여행가방에서 옷과 소지품, 책과 충전기를 꺼내 각각 놓여야 할 자리에 놓아둔다. 배정받는 침대에선 바다가 보인다.  사라봉과 별도봉이 보인다. 바다 위에 흰 배가 떠 있는 게 보인다. 제주로 오는가 떠나는가.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육지로, 목포로 또는 여수로, 완도로?
잘 모르는구나. 오랫동안 배를 타 보지 않았네, 그러고보니 제주와 육지 어느 항이 연결되었는지 짐작만 할 뿐이고, 무심했던 사람처럼 미안해지네. 무언가에, 미안한 건지는 잘 몰라. 지금 제일 미안한 거는 아픈 사람, 남편 cho. 그냥 몰라 미안해. 뭐가 미안할까, 잘 몰라. 아프게 된 게 미안해.
아 호텔에 들어왔는데 신나하자. 눈을 들어보니 오오!
비행기가 뜨는 것도 보인다. 여행을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을 실었을 것이고, 혹시는 서울의 더 좋은 어딘가로 찾아가는 제주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서울이나 육지의 어느 곳을 거쳐 한국을 떠나는, 잠시 또는 아주 오래 떠나는 사람이 저 비행기 안에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랬지. 제주에서 부산으로 가서 오사카로 도쿄로, 후쿠오카로 갔었어. 제주에서 김포로  가서 인천공항을 통해 나갔었네. 그리고는 한국말이 들리지 않는 나라에 도착해서는 공항에서  그나라 특유의 냄새를 맡고 호텔로 가서, 호텔 데스크에서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었어. 호텔 사람들은 항상  친절하게 우리를 맞이하고 열쇠를 건네주었어. 열쇠를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서 방을 찾아가지. 오늘 우리처럼  복도에서 두리번거리며 방 번호를 찾아 호텔방 안으로 들어가면 비로소 여행을, 즐거운 여행을, 신이 나는 내일의 일정을 생각 하며 첫밤을 보냈어. 그랬어. 지금은 제주에서, 아주 특별한 여행을 할 차례. 밖으로 눈을 돌리던 우리가 우리몸안으로 들여다보는 여행을 할 차례.  우리가 아닌데 우리 라고 말하는 나, cho의 몸 안을 보려는 여행. 그리고 오늘은 여행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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