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서원 출판사 堂山書院/편지, 나에게 또는 당신에게

기도란 무엇일까

자몽미소 2024. 9. 2. 10:16

아직 수술하는 게 아닌데도, 수술실로 들어가는 환자처럼 저 문 안으로 들어갔어요, 당신은, 당신의 몸은.  
몸은 저 곳 차가운 방으로 들어갔지만 당신의 마음은 여기 제 옆에 두고 갔나요? 나를 걱정하느라 마음은 여기 내 옆에도 있고, 저 방 안 당신이 누운 침대 옆에도 있을 거에요. 당신 옆에 있는 당신의 마음은 무어라고 이야기 하고 있어요? 언제나처럼 당신은 자기자신에게도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라고 내게 하듯이 그렇게 말하고 있을 거에요. 그러면 다 괜찮아졌어요. 마음은 몸과 달리  여러 개니까 괜찮아 하고 달래주는 마음은 당신 옆에도 있고 내 옆에 의자에 앉아 있어요. 내 옆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괜찮다, 괜찮을 거야 말을 건네고 있어요. 당신의 목소리 그대로. 그래서 저는 당신을 흉내내어 제 목소리로  제 마음에게 괜찮아 괜찮아 말을 합니다. 그러면 당신의 마음과 내 목소리가 노래를 하는 거에요. 즐거워져라, 겁내지 말아,아휴 이건 검사라는 거야. 이전 씨티 검사에서보다 더 자세히 보려는 것 뿐이니 걱정을 할 일이 아니야. 썩 괜찮은 일이지. 우리나라 요즘의 의료사태에 검사를 받을 수 있고 치료와 수술을 예약할 수 있으니까. 좋은 일이야. 당신과 나는 지금 좋은 일 속에 있는 겁니다.
당신이 들어간 방은 < 혈관조영 인터벤션 클리닉> 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요. 수술실은 아니에요.
2년 전 2월에 당신은 수술실로 저를 들여보내고 6시간 동안 바깥에서 저를 기다렸지요. 아들과 함께, 저를 기다리는 당신을 저는 수술실 침대 위에서 그려보았어요. 마취에 들어가기 전 15분 정도 쯤일 거에요. 마취에 들어가기 전 저는  마취를 위해 씌워 놓은 고무마개의 고무 냄새가 너무 싫어서 여섯 시간 동안 이 냄새를 어찌 견디나 했더랬어요. 마취할 걸 알면서도 마취전 10초나 20초 동안 그런 생각을 했어요. 곧 아무 냄새도 맡을 수 없었고 배를 가르고 장기를 꺼내고 꼬매는 작업을 하는 걸, 모른 채 다만 고무 냄새가 싫다는 기억만 잊지 않고 있어요. 마취 상태에 있던 나는 꿈도 꾸지 않을 정도로 깊은 잠에서 내 몸에서 일어난 일을 모르고 보냈어요.
오늘도 당신은 제가 보낸 시간을 경험할 거에요. 정밀 검사라 마취를 한 채 해야 하니까요. 그 다음에 또 본격적인 수술을 할 때 다시 마취를 하고 전문의가 당신의 몸 안을 들여다보고 나쁜 건 빼내도록 할 것이고요.

당신을 저 방으로 들여보내고 저는 당신이 깨어나오기를 기다립니다.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말을 하지 않으니 몇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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