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01 2

바다가 보이는 호텔

이라고 생각하면 좋은 거다. 방은 6329호, 그러니까 똑같다. 접수대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내려, 방 번호를 확인하고 들어왔다. 침대, 옷과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수납장, 냉장고도 있다. 여행가방에서 옷과 소지품, 책과 충전기를 꺼내 각각 놓여야 할 자리에 놓아둔다. 배정받는 침대에선 바다가 보인다. 사라봉과 별도봉이 보인다. 바다 위에 흰 배가 떠 있는 게 보인다. 제주로 오는가 떠나는가.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였는데 어느 새 보이지 않게 되었다. 육지로, 목포로 또는 여수로, 완도로? 잘 모르는구나. 오랫동안 배를 타 보지 않았네, 그러고보니 제주와 육지 어느 항이 연결되었는지 짐작만 할 뿐이고, 무심했던 사람처럼 미안해지네. 무언가에, 미안한 건지는 잘 몰라. 지금 제일 미안한 ..

숨이 막히네

내게 있어 '기가 막히다'는 말은 상대의 언행이 상식에 어긋나거나 무례함이 정도를 지나칠 때, 어이가 없다는 말 대신 쓰는 말이었다. CHO의 상태를 진단 받은 날 부터, 나는 다시 기가 막힌 느낌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게 어이가 없다는 정도가 아니라, 숨이 막히는 것 같이 괴로운 상태가 되었다.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남편의 몸에 일어난 사태에 대해서 의사의 치료를 따르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두지만 곧 안에서는 신경들이 폭발하는 것처럼 숨통을 조여왔다. 목요일 오후에 진찰을 받고, 일요일에는 입원하기로 수속을 밟아 두었다. 금요일 아침에는 전날 밤에 하나도 못 잔 것에다가 내 몸 안에서 성게가 하룻밤 사이에 자라나 온 신경세포를 돌아다니는 것 같이 날카로워진 느낌으로, 이걸 견뎌내기가 힘들었다. 다행히 봉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