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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2011년의 책읽기(1)

자몽미소 2011. 1. 9. 23:57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저자
게리 폴 나브한 지음
출판사
아카이브 | 2010-11-08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씨앗을 찾아 나선 바빌로프의 숭고한 이야기생태학자이자 민속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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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내 생각

 

 

무언가에 꽂힌 사람들이 있다. 한 생애를 걸어 정진하게 하는 일도 있다. 어떤 중요한 사람과 어떤 소중한 일이 만나면 우리 세계에 귀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세상과 공유하지 못할 때, 무언가에 꽂혀 한 생애를 건 사람의 생애는 고달픈 것이 되고 만다. 고달픔을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하는 것은 정치와 권력의 힘일 때가 많고 그래서 그 막강한 힘으로 박해까지 받고 보면 그 생애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서 이 세상의 불행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소중한 것을 지키려 했던 귀한 사람 바빌로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1920년대 러시아에서 활발히 종자은행을 운영하던 농업학자 였다. 그는 세상의 씨앗에 꽂혀 있던 사람이었다. 씨앗은 장차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식물의 기초였고, 그는 사람들을 위해 이 세상의 씨앗을 지키고 싶어했다. 지구의 다양한 환경에서 서로 다르게 태어나고 번식하는 식물종을 그는 보존하고 싶었다.

그는 세상의 씨앗과 만나기 위해서 먼 길을 오랫동안, 또 자주 여행했다. 보다 더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고 그 지역에서 자기만의 색깔과 맛으로 그 지역 사람들과 공생하는 식물들을 보러 다녔다. 그가 하는 일은 가장 알맞은 토양을 골라 튼튼하게 자라나고 있는 식물을 연구하는 것이었지만 그가 스스로 자기 일에 대해 알고 있는 사명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었다. 먹을 것이 없으면 인간은 죽는다, 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 세계에서 먹을거리가 모자라는 재앙과 그 두려움을 사람들은 곧잘 잊어 버렸다.

오래지 않은 역사를 더듬어봐도 어떤 자연 재해나 전쟁으로 인해 기근이 몰아닥칠 때 사람들은 다음 해에 농사를 지을 종자마저 먹어치우고 말기에 종자의 확보는 어떤 안보 보다 국민과 국가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일어날 수 있는 재앙에 대비해 세계의 수많은 종자를 확보하려 했고, 어떤 종자가 어떤 환경에서 잘 크는지를 연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가 한창 정치 변동을 겪던 시기에 살았고, 새로운 권력은 그의 연구를 방해했다. 그가 레닌과 연결된 사람이었기에 스탈린은 그를 개인적으로 싫어했다. 게다가 그 자신이 정치적인 면에서 무력했기에 그가 만들어가던 종자은행에 대한 지원은 차츰 약해져갔다. 나찌는 종자은행의 중요성을 간파해서 그것을 손에 넣으려고 했지만 스탈린은 종자은행이 '부르조아 학문의'의 사치이며 장난이라고 여겼다.

 

그는 생물다양성을 존중했다. 그것은 모든 작물의 유전학적 고유성을 소중히 하는 태도였다. 한 작물의 품질우수성은 그 지역의 환경과 상호관계에서 일어나는 것임을 여러 차례의 현장 답사를 통해 발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는 단품종 다수확을 위한 종자연구를 견제했다.  그러나 이것은 그 당시 한창 일어나고 있던 우생학과 사회진화론에 반대되는 입장이었고, 정치적인 의미로는 소련의 정치체제를 거부하는 것이 되었다. 정치권력은 그의 학문이 국가와 세계의 식략안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자꾸만 폄하했고, 또 그의 힘을 시기하는 인물의 도움을 받아 그를 반국가적 인물로 엮어 버렸다.

이후 세계 대전이 발발하고, 그는 스파이로 몰려 감옥에서 죽었다.


이 책을 쓴 게리 폴 나브한은 농부이며 식물학자이고 환경운동가이다. 그는 바빌로프의 삶에 배료되어 그의 일지를 나침반 삼아 바빌로프가 걸었던 땅을 밟아가며 그가 발견했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어 했다. 그의 일기를 검토하고 그가 만났던 인물들을 다시 만나고, 그가 머물던 땅에서 그가 보았던 씨앗과 식물들을 보았다. 

그가 알려주는 바에 의하면 바빌로프가 다녀가고 난 후 70-90년이 흐른 뒤에 독재정권과 다국적 기업의 이익 때문에 대부분의 작물들은 사라져 버렸고, 전통 작물은 다품종 작물에게 땅을 내 주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빌로프가 다녀가지 않은 우리 한국의 농촌에서도 비슷한 광경이다. 그것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 책은 바빌로프의 눈과 마음을 따라 쓴 종자들의 운명에 관한 것이다. 어떤 존재의 생로병사가 그렇듯, 이 책에서는 바빌로프 개인의 역사와 전통작물들의 운명이 같이 변주되고 있어서 울림이 크다. 식물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사람에 관한 이야기, 이익과 권력에 스러지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여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