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세자와 영조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사도>를 보고 나서 책을 읽었다.
조선시대의 한글 문장을 읽어보겠다고 몇 해 전에 사 놓고도 관심이 얼른 옮겨지지 않아 읽지 않고 두었었다.
이번에 영화를 보고 나서, 김해숙이 연기한 인원왕후는 누구이며 영조의 어린 부인 정순왕후는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를 알고 싶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두 여인의 생애는 물론 왕 주변의 여인들의 삶도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권력을 잡느냐 마느냐에 따라 파도치는 인생의 굴곡은 너무나도 안타깝다. 특히 한중록에는 혜경궁 홍씨와 대척관계에 있었던 정순왕후와 그의 친정식구들이 도모했던 권력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세력간의 다툼이 어떻게 조선의 지배층에 칼바람을 일으키게 되었는지도 구체적인 사건과 인물을 들어 이야기 해 놓았다.
한중록은 특히 손자인 순조에게 할아버지 사도세자의 일을 제대로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가, 자기 친정 식구들이 어떻게 해서 역적이라는 오해로 사사되거나 멸망했는지를 설명하는 글까지 아울러 써 놓아 조선왕조실록에서 간단히 언급된 사건들이 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띨 수 있게 하였다. 혜경궁 홍씨가 환갑을 맞으며 쓰기 시작한 <내 남편 사도 세자>, 그 후 정조가 갑자기 죽음으로써 자기 친정 식구들에게 들이닥친 모함에 대해서 그 연유를 설명하는 글 두 편이 혜경궁 홍씨의 친정에 전해지고, 그걸 홍씨의 집안에서 묶어 낸 것이 <한중록>으로 이름 붙여졌다. 자손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마음에서 쓰여졌고, 편집해 내놓은 쪽에서도 그 마음이었기 때문에 한중록은 계속해서 필사본으로 존재했는데, 앞의 책을 베껴쓰는 필사는 작성자에 따라서 누락이나 오자가 있게 되어 현재 남아 있는 한중록은 어느 게 정본인지 확인할 수 없고 그만큼 이본이 많다.
이번에 읽은 <한중록>은 그 이본들 가운데 하나를 현대어로 고친 것이며, 옮긴이 정병률은 책 중간에 <한중록 깊이 읽기>를 끼워 넣어 좀더 자세히 그 시대의 상황을 알리는 노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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