記憶の時間/2025년 기록

기록다시,2025.5.27 화요일 맑음

자몽미소 2025. 5. 27. 10:06

잘 자고 일어났을 때 몸이 편안해서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한다.

그러나 이런 날일수록 내가 만들려는 루틴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하고 싶은 일들이 우루루 떠오르기 때문이다.

 

미역국을 끓여야겠다, 소고기가 없구나. 그래서 남편에게 이야기 한다. 헬스장 다녀올 때 장을 봐 올래요? 소고기 사다 주세요. 소고기국을 끓여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오후에 손자에게 밥 먹일 때 미역국도 먹여야겠다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어제는 밥에 채소 찐 것과 계란찜을 주었는데, 국물로 먹일 게 없어서 물만 같이 먹였다. 이게 신경이 쓰였고, 요새 국을 끓이지 못했기 때문에 미역국 생각을 한 것이다.

 

나의 아침 루틴으로 생각해 둔 것은 자전거를 타고 헬스장에 가는 것이다. 남편 보다 먼저 일어나는 내가 재빨리 운동을 하고 돌아와서 살림을 하고, 그날 하려던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헬스장으로 가는 나,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나, 운동하고 샤워를 마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나, 집에 돌아와서는 커피를 내리며 아직 잠자리에 있는 남편을 깨우는 나, 운동을 하고 왔으므로 활기가 생겨서 아직 졸음이 묻어 있는 남편을 안마를 해주면서 깨워주는 나, 남편이 커피를 마시면서 잠을 깨는 동안, 두부 된장국이나 야채샐러드, 삶은 계란을 준비해서 아침상을 만들어주는 나.

나는 이렇게 하고자 자전거를 샀다. 지난 달에 자전거를 샀고 4층 까지 가지고 와서 현관 앞에 두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나가지 못했다. 그 사이 아침에 잘 일어나는 날이 없었다. 불면증이 도졌고 새벽에 깨거나 새벽까지 못 자서 아침에 몸을 일으키기가 너무 힘들었다. 허리까지 말썽이었다.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한의원에서 침을 맞았다.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시작하는 나의 하루는 시작도 못했다. 하지만 그 사이 허리가 조금 나아졌고, 어제는 자전거를 타 보기로 하였다. 아침에 헬스장에 가지 못한 대신 저녁 식사 후에 자전거를 타고 헬스장에 갔다.  오며 가며, 나는 국민학교 6학년 때 처음 자전거를 탔지만 남자용 중고 자전거는 동생들이 먼저 배우고 타고 다녔고, 나는 그 자전거로 제대로 배우지 못하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가 다니는 골목길을 빠져나가는 것도 어려웠고, 은근히 오르막이 있는 우리 동네 길에서 내 자전거는 비틀거리다 멈추기 일쑤였다. 운동장에서 새로 배워야 할 자전거. 

 

해서, 오늘 아침에는 잘 자고 일어났지만 자전거를 타고 헬스장에 가지 않았다. 대신에 오래된 버릇으로 쇼파에 앉았고 쿠션에 등을 갖다대고 유트브를 틀었다. 이준이가 보는 어린이용 유트브가 주루루 나온다.  그걸 건너뛰고 내 구독 바느질 유트브, 이재명 선거 유트브. 매불쇼 유트브로 갔다가 살림하는 유트브에 눈길을 준다. 그리고 미역국을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오후에 어린이집에서 손자를 데리고 와서  미역국을 먹이는 나를 그려보다가 장작가가 6시 경에 우리집에 오겠다고 한 것을 떠올리고, 장작가와 함께 갈 책방에서의 일을 그려본다. 그 자리에 있으면 좋은 것을 그려본다.

나는 작년 2월, 우리집에서 사람들과 함께 먹었던 파운드케잌을 떠올린다. 그걸 만들어 가져가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생각은 파운드케이크에서 멈추어 서게 되었고, 손가락은 파운드 케잌의 레시피를 알려주는 유트브를 검색한다. 어떻게 만들었던가 어렴풋이 생각나지만, 실패하지 말아야 하니까 정확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정확한 레시피를 잊어 버렸다.

기본적으로 설탕,달걀, 버터, 밀가루의 비율을 1:1:1:1 로 하는 걸 기억한다. 그런데, 설탕이 없지. 지난 번에 오디청을 만들 때 다 쓰고 집에 있는 건 흑설탕이 조금 있을 뿐, 제과제빵에 사용하는 흰설탕이 없다. 베이킹파우더도 없네. 그러면, 남편에게 장 볼 때 사오라고 할까. 전화를 건다. 내가 유트브를 보는 사이에 헬스장으로 혼자 간 남편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 헬스장 안이니까, 당연히 휴대폰은 사물함에 있거나 갖고 가지 않았을 것이다. 집 앞에 있는 편의점에 가서 흰설탕을 사오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박력분 밀가루와 버터를 꺼낸다. 그렇지만 편의점에는 베이킹 파우더는 없을 것이고.  밀가루 100그램에 베이킹 파우더의 비율은 1 %. 내가 만들려고 하는 건 약 300그램의 밀가루를 쓴 파운드케잌. 그러면 베이킹 파우더는 3그램이 필요한데, 이건 마트에나 가야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마트로 달려가는 나를 상상한다.  그러나 곧 어제 저녁,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동네 길에서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마트에는 자전거 보다 내가 걸어가는 게 빠르지, 베이킹 파우더가 없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 책방 모임에 들고 가고 싶던 파운드케잌은 포기한다. 

 

세수를 해야지, 먼저/ 내가 지금 뭐하고 있나. 쇼파에서 일어선다. 더 보여주려고 화면을 띄우는 유트브를 끈다. 

잘 자고 일어나서 내가 지금 뭐 하고 있지?  다시 나에게 물어본다. 오전에 책상에 앉아 독서를 하기로 한 루틴 하나가 생각난다. 세수를 하고 책상에 앉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세수를 하러 욕실에 들어간다. 욕실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게 변기 점검, 세면대와 수전을 검사하게 된다. 이것은 루틴으로 정하지 않았는데 하고야 마는 일이 되었다. 손이 저절로 욕실 청소를 한다. 루틴이라는 게 이런 거지, 라고 생각한다. 저절로 몸이 움직이는 상태가 되는 거. 그러니까 나는 오전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도 하고 독서도 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저절로 되지 않아서 나에게 자꾸만 일깨워줘야 하는 것이다. 

 

욕실 청소를 하고 나서 샤워를 한다. 더운 물에 정신을 차리면서 하루를 재정비한다. 파운드케잌은 다음에. 지금은 책상에 앉기로 하자, 라고 생각했으므로 파운드 케잌을 만들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또 한다.

나는 파운드 케잌을 만들러 부엌으로 가서 재료를 준비하는 대신 마음을 다 잡은 사람처럼 이런저런 생각들을 털어내고 책상 앞으로 왔다.  노트북을 켰다. 오전에 하고 싶었던 일 중에는 노트북을 켜서 무어라도 적는 것도 있었다.  지금은 오전 9시 50분, 남편이 헬스장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어간다. 그는 소고기를 사올까. 소고기를 사오면 의자에서 일어나 점심 준비를 해야겠군. 이렇게 생각하자마자 아침에 쇼파에 등을 대고 누워 유트브만 보면서 흘려 보낸 시간이 매우 아까워진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겠잖아! 조급해진 목소리가 항의를 한다. 5월 31일 친구들과 책읽기 모임을 하기로 했다. 한 달에 한 번의 모임이고, 이번 달에는 밀란 쿤데라의 소설 두 권을 읽기로 했었는데, 어제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다가 졸음을 참을 수 없어서 1시간도 책을 읽지 못했다. 그 책을 읽어야겠는데 빨리 읽어야하는데, 내가 노트북을 펴고서는 이렇게 하나마나한 말을 마구마구 적어넣고  있구나. 나는 루틴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루틴을 자꾸 잊어 버리고, 정신이 산만한 매일매일을 보내는 것 같다, 내가 그런 것 같네. 이러니까 일주일이 금방 가고, 한달이 쏜살 같이 흘러가고 2025년도 반을 보내고 말았지. 이런 내가 늘, 늘, 그래, 나는 마음에 안 들어. 마음에 안 드는 건 늘, 평생, 나는 나를 마음에 안 들어했어.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이것은 똑같은 패턴. 노력을 한 일도 없는데 저절로 되어버리는 마음의 습관. 내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루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아. 나는 마음에 안 드는 나와 평생을 살고 있네. 루틴으로 삼지 않았는데 기가막히게 반복되는 생각의 순서. 나는 왜 이러고 있나. 이런 쓰잘 데 없는 글자들을 왜 쓰고 있어, 노트북을 닫으면 되지 라고 생각한다. 아무 말 대잔치라고 선거판에서 나돌던 말이 생각난다. 나는 아무 말이나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생각이라고 생각하는 이런 저런 것들이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아니라 떠오르는 말들. 떠오르는 아무 말들이 머리 속에 마음 속에 들어왔다 나갔다 사라졌다 다시 오는 걸 반복한다.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글자들을 그만 우겨 넣고 빠져나가려 한다. 이 사각 틀에서. 하나마나한 거 그만하자.

 

그런데 오늘 아주 오랜만에 노트북 속 나의 티스토리에 들어왔다.  스마트폰으로 티스토리에 끄적거리던 것도 요 몇 달간은 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의 무슨무슨 작용 때문에 비밀번호를 적어 넣어야 하게 되었고, 내가 적어 내는 것마다  비밀번호가 틀리다는 경고를 받아서 스마트폰으로 들어가던 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니 여기 노트북으로 열어 내 티스토리에 글을 우겨 넣는 일 또한 오랜만이다.  이제 10시 5분이다. 빨리 나가자. 더 쓰다가는 내가 더욱 마음에 안 들 것 같다. 소고기를 사고 올까 그냥 올까, 남편이 올 시간이 다 되었다. 그러면 점심, 점심 후엔 설거지, 그 다음엔 손자 데리러 가고, 그 다음엔... 나의 하루는 이 패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