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살인자들의 섬-2010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0. 4. 17. 18:10

 

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책을 읽고 내 생각

먼저 영화(셔터 아일랜드)를 보고 나서 원작을 읽었기에 책에 몰입해 들어가는 게 방해를 받는 것 같았다. 이야기의 결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료 보안관, 처크 울의 행동에서 소설이 깔아 놓은 복선을 찾고 있을 때도 있고, 영화와 원작이 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다보니 읽어갈수록 혼란스러웠다.

 

< 시간이란 책갈피 같은 것이어서 내가 내 인생이라는 책 속을 이리저리 훌쩍훌쩍  뛰어다니면서 내게 흔적을 남긴 사건들이 있는 페이지로 자꾸만 되돌아간다>

  

< 매력을 드러내는 것은  세상이 기본적으로 옳다고 여전히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나 누릴 수 있는 사치였다. 순수함과 세상의 규칙을 믿는 사람들.>

 

<수소 폭탄은 안으로  폭발해, 제 몸 속으로 들어가서 속에 있는 것들이 연속적으로 붕괴되면서 안으로 꺼져 들어간단 말이야. 그렇게 꺼져 들어가서 맹렬하게 자기 파괴를 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괴물을 만들어내는 거야. .... 붕괴의 규모가 클수록, 자기 파괴의 규모도 크고, 녀석의 힘도 더욱 세져.> 

 

이런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분노를 다스리는 법, 편집증, 편두통, 쥐, 진실에 대한 외면, 전쟁과 명분에 대한 도덕, 역할 놀이, 생존본능으로서의 방어기제, 정신의학계의 권력동향...

 

소설 속에서 거론되는 이것들을 한 단어로 아우르기가 힘들다.

 

레스터 박사의 회상을 시작으로 나흘간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전부인데, 그 속에 녹아든 생각들은 폭풍의 밤에 불어닥치는 바람처럼 서로 엉킨다. 꿈과 현실이 부딪히며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한국 전쟁 경험과 나치 수용소 대한 기억에서는 폭력에 상처 받은 인간이 그 오랜 트라우마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게 된다.  실지로 소설의 상황도 셔터 아일랜드에 폭풍이 불어 닥치는데 소설에서는 마치 자연이야말로 인간을 대상으로 해서 자기들의 힘을 과시하는 폭력의 주체가 아닌가 반문한다.

 

어떤 끔찍함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 할까, 한 가지 결과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원인들이 작용한다. 심리학 중 정신분석학은 한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결과에 대한 도덕적 심판 이전에 그 행동의 동기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어야 함을 이야기 해 왔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동기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통해  인간의 정신을 돕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게 된다.

마치 셔터 아일랜드에 정기적으로 불어닥치는 폭풍의 거센 힘에 그 섬의 많은 것들이 속수무책이듯이 한 인간의 삶에 들이닥친 정신적 문제가 또다른 끔찍함을 낳기만 하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든다. 가끔 어떤 이들은 어둡고 끔찍한 일을 직면하여 문제 해결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사람의 일이란 원인이 결과를 만들고, 그 결과가 다시 원인이 되는 순환의 고리를 타고 있게 마련이다. 

주인공 테드의 망상은 자기가 저지른 일, 자신이 책임을 지지 못했다는 자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었는데 결국은 그 자신을 폭력적인 남자로 만들어 버린다.  테드가 왜 그렇게 되어 버렸을까, 그에겐 조울증의 아내가 있었고, 그 아내는 자기 손에 죽었다. 아내는 아이들을 죽였고,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보살핌을 덜 받는다는 슬픈 느낌이 있었다.  결혼 전에 아내는 그를 매혹시켰으나 그 매혹의 정체가 무엇인지 그는 몰랐다. 그것을 보라색의 떨림이라고 그는 생각했는데 나중에야 알았지만  아내에게는 세상에 대한 공포가 있었다. 그 공포는 전쟁과 남자가 만들어 내는 것이었고, 그 남자는 전쟁에서 사람을 많이 죽였다.

 

영화만을 봤을 때는 방어기제와 같은 심리학적 문제만 생각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 저변에 깔린 것이 세상에 깔린 폭력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세상에 만연한 폭력, 인류 역사상 결코 한 번도 사라지지 않는 크고 작은 전쟁, 갑자기 일어난 지진, 화산 폭발, 비행기 사고, 겪고 싶지 않으나 겪어야 하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질병,  피해가지 못하는  사건사고...,

 

셔터 아일랜드 라는 작은 섬에 갇힌 게 망상이 심하고 굉장히 폭력적인 살인자들이라면, 지구라는 섬에 갇혀 있는 우리들은 생의 어떤 한 순간에는 자기도 모르게 어떤 폭력의 원인이었으면서도 자신이 당한 폭력의 상처 때문에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오래도록은 반성하고 기억하지 않으려 하고, 망각의 안전한 터널로 피하고 있는 게 아닐까. 살아 있는 동안엔 살아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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