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서영은-2010년에 읽는 책

자몽미소 2010. 7. 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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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내 생각 

춘천에서 돌아온 1984년 봄에 서영은을 알았다. 이상문학상 수상작 <먼그대>를 그제서야 읽었다. 그 해 봄 텔레비젼에서는 소설을 극본으로 만들어 단막극 < 먼그대>가 방송되었다. 박근형과 안옥희가 주연했다. <먼그대>는 내게 꽂혔다. 이기적이고 인색한 사람으로 나왔던 소설 속 그와 춘천의 그는 매우 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보낸 시간과 사람을 버리진 못하고 있었다. 편지에 <먼그대>를 읽었다고 썼다. 돌아온 답장이든가 몇 달 후의 만남에선가 이상문학상 수상작을 너무 늦게 읽고서 읽은 체를 한다는 식으로 내가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없던 그 봄에 춘천의 그에게는 새로운 사람이 생겼던 것 같다. 지금에야 생각하면 그때 나는 청산되고 싶었던 관계였고 내쪽에서도 내가 만진 시간을 빨리 버리는 게 좋았을 것이지만 그때는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아마도 그의 새로운 연인은 그가 나를 하찮게 여기도록 하는 데 약간의 멸시와, 국어교육과나 다녔다는 사람이 당연히 빨리 읽어야 할 훌륭한 작품을 그제서야 읽었다니 따위의 조롱을 써서 한 남자의 관심을 자기쪽으로 확실히 잡고 싶었던 것 같다. 그 말은 그녀의 마음에서 그의 입으로 넘어와 내 귀에 닿았으나 일련의 변화가 징후하는 것들을 포착하고 나를  어떤 결단으로까지 밀고 가지는 못했다. 아직 그럴만한 지혜도 없었고, 무작정의 낭만이 몰고 갈 후환을 알지도 못한 채  그때는 절실하게도 정조관념 같은 것으로 그 시간을 붙잡고 있었다. 그런만큼 소설<먼그대>는 매우 인상 깊었고 작가 서영은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10 년 쯤 후에 나는 다시 서영은의 <먼그대>를 읽고 읽었다. 가까스로 되돌아간 학교의 수업 중에  <현대 소설의 이해>란 필수 과목이 있었다. 강의 하는 교수님은 루카치를 말하였고, 소설의 구조이론을 가르쳤다. 학기말 과제로 학생들이 소설 하나씩을 정해 분석하도록 하였다. 그때 <먼그대>를 분석했다. 그 즈음 그녀의 소설엔 낙타의 이미지가 자주 등장했고, 손소희 여사가 작고한 뒤 김동리와 비로소 결혼식도 올렸다. 90년대 중반 그 언저리에 수필집 <한 남자를 사랑했네>를 다시 들여다 보기도 했다.

 

몇 년 후 김동리 선생이 타계했고, 나도 작가 서영은을 잊어갔다. 어쩌다 듣게 되는 그녀의 소식은 불편했다. 김동리를 먼저 보내고 남은 자들은 서로 화합하지 못했고, 인간사에 관한 글로 예술이 된 사람들조차 글로서 풀지 못하는 현실의 삶을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보았고,  나 또한 살아가는 일이 지겨워지고 있었다. 차츰 문학에 대한 경외를 놓아버리고 있었다.  

 

잊고 있던 오래된 친구의 소식을 만나듯 신문 신간 안내에서 서영은씨의 새 책 소식을 읽었다. 바로 주문했지만 빨리 읽지는 못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후의 글이라면, 변신 이야기 일 것은 틀림이 없겠다. 그 길에서 변신을 한 어떤사람은 제주에 올레길을 만들었고, 그 길은 최근 제주행정의 굉장한 사랑을 받고 있기까지 해서 그 땅에 사는 나로서는 오히려 매력이 떨어져 버릴 지경인데, 사람들은 사서 고생을 함으로써 소중한 것을 얻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기에 더더욱 변신을 위해 몸이 겪었을 것들을 읽고 싶어지지 않았다. 나에게는 바꾸고 싶은 것에 도전하지 못하는 게으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정신과 몸의 나태에 대한 질타를 더하게 될 것 같아 짐짓 멀리 두었다.

 

 어제부터 몸이 아파왔다. 왜 갑자기 이렇게 아플까 이상해 달력을 보니 올 것이 올 날이었다.  

책도 읽을 수 있는 날이 있는 것처럼 몸이 아프고 나서야  비로서 서영은의 순례기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이전의 낙타 대신 순례길에 만난 말馬이 자주 등장하는데, 사막을 건너는 여자 이미지는 여전했다. 순례길을 주선하고 안내했던 여자 치타에 관한 것을 읽으며 마음 엇갈리는 상태에서도 서로 동행할 수 있는 일이 신기했다.  김동리 선생에 관한 회상도 간혹 나왔다. 우리 근대문학의 거물과 살아본 사람이 느끼는 지금의 고백을 듣자면 도대체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싶다. 결국엔 자신의 성장을 가져오게 하였다고는 하나 서영은의 삶과 사랑은 한 여자가 커다란 가시나무를 껴안고 있는 그림이 연상된다. 나로서는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이 순례를 통해 그녀가 변한 자리 역시 나로서는 영영 가닿을 수 없는 거리감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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