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모음집을 좋아하지 않게 되자 한국 소설을 읽지 않게 되었다.
김영하, 이 작가도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그의 글을 읽지 못하다가 김연수를 읽고 있으니 김영하도 읽어야지 해서 이 소설집을 샀다.
도시 서울의 냄새가 나는 이야기들이다.
어떤 글은 두 페이지짜리도 있어서 4컷 만화를 소설로 만들면 이 분량이 될까 싶기도 하였다.
글은 잘 읽힌다. 걸리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책장이 넘어간다면 그건 잘 쓰여졌다는 것이다. 글을 읽고 나면, "하!" 또는 " 허!" 라는 탄식이 나왔다. 아이들 말로 " 헐~~~!" 하는 것과 비슷한 감상이다.
김연수의 소설은 어떤 때는 손을 놓지 못하는 글을 만나기도 했지만 더러는 그냥 지나치고 싶어지는 도입이나, 읽다가 몇 페이지를 버리듯 뭉텅 넘기기도 했는데, 김영하의 이번 책에선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김연수의 경우 화자를 여성을 설정했을 때 여성 독자인 내게 이질적인 느낌을 줘서 소설에 거리를 두게 했지만, 김영하의 여성 화자들은 오히려 여자들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 같았다. 그래서 웃음이 난다. 그 웃음의 소리가 " 하" 와 "허" 다.
방송 단막극을 보는 것 같은 소설이었다. 그래서 하나 하나 재미있게 읽었는데 하루종일 누워 뒹글며 본 방송 드라마가 그렇듯이 다 읽고 나니, 딱히 짚이는 감상은 없다. 단편 모음집을 읽고 그의 문학에 감동했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그런데도 생각이 났다. 소설을 읽고 소설 속 이야기를 다른 이에게 해 줄 때 어렵지 않다. 소설에 줄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속 문제로 파고들고 파고들어 이야기가 없는 소설은 남에게 이야기 해 줄 게 별로 없지만, 김영하의 소설은 이 책 안에 있던 소설 "퀴즈쇼"에 나오는 주인공의 어머니처럼 나를 거쳐 다른 이에게 전달할 내용이 있다. 나는 그것을 밤에 주로 썼다.
학교 운동장을 걸으며 남편에게 이야기 해 주었고, 밤에 자기 전에 " 이야기 하나 해 줄까?" 물어봐서 자장가대신 들려 주었다. 그랬더니 운동장 10 바퀴를 걷고도 별로 지치지 않았고( 갈 길을 짧게 하는 이야기의 묘력), 잠이 안 와 내일 아침에 늦잠을 잘 게 아닌가 했던 건 기우였다.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언제 잠이 들었는지 모르게 잠들었던 걸 기분 좋게 일어나며 알았다.
이 소설집 중 길을 짧게 하고 잠을 잘 자게 하는 이야기를 고르라 하면 내 경우엔 "퀴즈쇼"와 " 마코토"를 꼽겠다. "오늘의 커피" 나 "약속" 은 " 하"와 "허" 소리가 가장 크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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