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교양역사서로서 읽긴 했지만- 2010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0. 10. 14. 18:31

 

 

  • 책을 읽고 내 생각 

이 책의 해제를 쓴 우석훈은 백과사전식 지식의 귀환을 소망했다. 역사학도가 사라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은 일본의 역사학계의 동향과 비교해 볼 때 매우 우려스럽다는 말에 덧붙여, 일본의 역사에 대한 기반이 우리보다 앞서가는 나라를 만들었다고도 이야기 한다.

책은 쉽게 읽힌다. 세계사 시간에 이런 설명을 해 주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역사 공부는 어렵지도 않고 다른 어떤 공부보다도 배울 가치가 있다고 믿고 시험 시간 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만큼 이 책의 글쓰기는 상냥하고 친절하다. 문장의 서술어가 "- 입니다", " -습니다" 이니 아는 것 많은 선생님이 어리석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차분하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는 것 같다. 하지만 종내 이런 문장체라 거북스럽기도 하였다.  우석훈의 말처럼 이 책은 두루두루 살피다 보니 전문적인 것까지 건드리지는 못했는데 문장 때문에 그랬나, 아니면 전문적인 데 까지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 문장이 그랬던 것인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습니다" 체는 글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되었다.

구상은 좋다. 이 세계를 움직였던 것이 사실은 상업, 즉 경제였다는 것에 기반을 두어 그 경제가 정치와 종교를 어떻게 변화 시켰는지를 설명하고 있고 저자의 생각에 동의하게 하는 면이 많았다. 경제와 정치와 종교, 사상은 인간의 것이고, 인간은 감정의 존재이기에 인간의 욕망이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이 이 책의 대략적인 얼개이다. 즉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와 몬스터(자본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종교를 이 세계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의 힘이라고 본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설명이다. 덧붙여 이 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그가 읽어낸 많은 책들이다. 그 책들이 이 책의 기본 전제를 설명하는 데 이용된다.  그래서 책 날개에 < 기호품의 역사> 나 <감시와 처벌>,<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이런 책은 읽어봐야지 하고 따로 적어 두었다. 그러나 이 또한 이 책의 한계다.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게 책밖에 없다는 인상이 든다. 욕망의 역사를 말할 때 스타벅스에 잘 가는 지인의 예를 든 것 말고는 거의가 그가 읽은 책들이 문단의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발로 뛰어 알아낸 것이 아니라 책 속에서 얻어낸 것들로 책을 만들었더니 어딘지 생동감이 떨어지고, 이야기의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그리고, 좀 이상했다. 이 사람 뭐야? 하는 반감이 책을 읽을수록 더해갔다.

 제국을 설명하면서 지은이 (사이토 다카시)는 제국 일본을 거론하지 않는다.  파시즘을 설명하면서야 겨우 몇 마디말로 일본을 설명하는데 그것은 2차 대전에 참전한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은 식민지를 갖고 있던 프랑스, 영국, 미국과는 달리 식민지를 갖지 못하였고 그것 때문에 제국주의 선발주자를 따라 잡으려 했었다는 설명이다.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하였다. 나의 제국주의적 욕망은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하려던 것이다. 진짜 나쁜 건 미국이다. 이런 식이다. 고대의 제국을 이야기 하고 곧바로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한 현대의 제국 미국을 비판한다. 제국을 다룬 글에 일본은 없다.

이 책의 내용과 저자를 믿는 독자라면 일본과 대만, 일본과 조선, 일본과 중국, 일본과 사이판 등등에서 벌어졌던 일본의 제국주의적 야망과 만행을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 책엔 일본도 희미하고 한국은 아예 없다. 로마의 식민지와 이슬람의 식민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만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한국에 대한 말은 없다. 이 책은 우리 나라에 번역되어 나온 것이고 이미 일본에서 잘 팔린 책인데, 일본의 독자들은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래로 벌였던 이웃 나라들에 대한 만행을 알고도 모른 척 하기로 모두 합의를 한 것인가.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또 잘 팔리고 있는 것인지.

 

일본의 역사에 대한 지평을 칭찬하고 우리 나라의 그것을 비판하다보니 이 책의 저자가 간과한 점, 아니면 일부러 빼 버린 듯한 일본의 근현대사의 과오를 언급하지 않은 우석훈의 글은 매우 아쉽다. 원저자야 어쩔 수 없이 자국에 대한 비판을 삼갔다고 해도 책 뒤에 해제를 쓰는 사람이라면 저자의 한계점을 짚어 줬어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그래야 이 책을 한국 청소년들에게 읽히고 싶다는 그의 말에 진실함을 믿을 수 있을텐데. 한국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걱정하면서 그의 해제가 미칠 영향은 별 생각을 하지 않은 것 같다. 우석훈은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광고해 주고 있는 사람인데 말이다.

지식세계를 이야기 하면서 로마 제국과 이슬람제국, 중세와 고대를 언급하면서도 자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진실을 외면한 채, 일본이 서구 열강의 눈에 띄기 전에는 고요한 동방의 나라였다는 일본역사학자의 세계사 인식은 짜증난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꽤 팔리는 책이고,혹자는 잘 쓰여진 책이라고 칭찬도 해 주니, 읽고나서 한숨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