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X의 헌신
붙잡으면 붙잡힌다.
처음엔 내가 붙잡혔고, 오늘 오후엔 우리집 남자도 붙잡혔다.
이야기의 재미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되는데, 이 책은 그 힘이 적절하여, 추리소설이긴 하였지만 사건과 인물 사이의 고리가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실지로는 실지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걸 느끼면서도 작가가 그려가는 인물들의 사고와 행동에 대해 억지스러움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니 이 책은 붙잡았다 하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
헌신, 이라는 말을 오랜만에 본다.
사랑에 대한, 사람에 대한 헌신.
이 단어는 흔하게 이룰 수 없는 행동의 반경에 드는 것이어서 매우 감동적인 단어이지만 이 소설에서 보여준 헌신에 대해서는 그다지 감동이 생기지 않는다. 주인공 X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데에 원인이 있을까, 지나치게 두뇌 회전이 빨라 논리적인 것이라면 상황과 윤리를 잊어 버리는 그의 성격 때문일까, 그런 점들이 주인공에게 인간적인 감정을 못 느껴서일까.
이 소설의 매력이라면 주인공에게보다는 작가와 작가가 만들어 가는 소설적 장치에 있다.
반전, 반전의 반전, 또 그 반전의 반전.
복선, 그 복선의 복선...
이런 식으로 작가는 작가가 낸 질문에 독자가 어떻게 답을 예상하는지를 구상하였고, 작가가 낸 답을 독자가 예상하는 동안 새로운 답을 제시하며 질문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갔기 때문에, 독자는 책이 끝날 때가지 작가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그러므로 이 작가의 이야기 솜씨에 넘어가고, 소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지는데 작가가 만들어 놓은 소설의 장치를 눈치채고 나면 이야기는 할 말 다하고 끝나 있는 것이다.
이 사람의 다른 소설도 이러한가?
궁금해진다.
눈이 섬을 포위한 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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