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마지막 황제 1/못생긴 엄상궁의 천하- 2012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2. 5. 3. 13:47

 

 

 책을 읽고 내 생각

 

고등학교 때 국사와 세계사 성적이 좋지 않았다. 달달, 암기를 했으나 조선 후기에  있었던 임오군란, 갑오정변, 동학혁명 등과 같은 굵직한 역사적 사건의 순서를 묻는 질문을 가장 어려워했다. 시험 볼 때마다 헷갈려서 사건과 함께 년도를 암기해 두었지만 문제를 조금만 비틀면, 내 기억도 비틀려 국사 시험에서 만족해 본 적이 없다.

 

"기억해야 과거가 된다" 는 역사가의 말을 빌리자면 내 머리 속엔 역사가 없었다. 대학 시험을 보고 나자 어떤 역사에도 관심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저 복잡하고 맥락을 알 수 없는 것으로 역사는 그저 시험과목의 하나로 지겨워져 버렸다. 그러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접하면서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해석이 있을 수 있다는 데서 史的인 것들에 대한 매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고등학교 때의 생채기 같은 게 남아 있어서 역사에 관한 책을 즐겨 읽게 되지 않았고 즐겨 읽지 않으니 좋은 책을 구하여 읽게 되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푸른역사대표님의 페이스 북에 들어가게 되어 푸른 역사 출판사에 <마지막 황제 1-4권>을 함께 묶어 출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읽어본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댓글에 혹해서 전권 주문을 했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한 번 잡자마자 술술 읽히는데 어제 읽은 소설보다 훨씬 재밌어서 아침부터 살림 다 손놓고, 오후 약속까지 취소하고 앉아  조금전 1권을 모두 읽었다.

 

 내가 국사와 세계사 시험에서  자꾸 좌절한 것은 내 머리구조의 문제라기 보다는 가르치는 사람들의 교수능력문제라고 오늘 딱 결론을 내었다. 만약 대한제국 시기의 급변하던 세계 정세와 풍전등화 같던 우리 나라의  일을 이 책에 쓰인 것처럼 앞 뒤 맥락에 대한 해석을 붙여가면서 잘 가르쳐 주었더라면, "나는 사학과에 입학했을지도 모른다" 고 지금, 점수 나쁘던 국사 점수에 대한 변명을 하고 싶다.

 

1권이 <못생긴 엄황후의 치하> 라고 되어 있어 흥미로웠는데 역사가들이 기록해 놓은 여러 역사물을 뒤집어 살펴 보는 작가의 시선이 책 속의 인물들에 대한 흥미를 유지시킨다. 역사란 바로 그 시대를 살았던 인간들의 이야기이며 그 사람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새롭다. 그것도 걸출하고 잘 난 인간들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 그러나 그 안에 무궁한 에너지를 갖고 있던 사람들에 의해 움직여지는 것을 보게 해 주는 책이다. 그리고 만약, 이라는 가정 하에 이미 일어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른 가능성을 열어 보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역사적 상상도 거들어 주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소설 같으나 역사서이고 역사서이지만 상상력이 풍부히 가미된 책이다. 독후감은 여기까지만이다. 엄상궁의 아들 이은이 이제 일본에 가게 되었는데 그것은 2권에서 이어진다.

 

 

 

2권-황태자의 동경 인질살이

 

 

책을 읽으며

 

일본인 이름을 모두 한국어로 바꾸어 버린 건 읽기 불편하다

이등방문, 명치천황. 풍신수길 이런 이름들 이미 한국어로 익숙해져 버리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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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일본에 갔을 때 일본 사람들이 제주도를 일본어 발음으로 "샤이슈도" 라고 해서 알아듣지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濟州의 일본어 발음이었다. 외국 지명이나 사람이름은 그 나라 발음으로  해야 옳은데, 서구권 사람들의 이름을 쓸 때는 그렇게 하면서도 한자권인 중국과 일본의 것을 쓸 때는 우리가 읽는 한자대로 써 버리는 것이 여러 해 습관이 되어 버렸다.

일본 사람 중에는   濟州라고 한자를 쓰고 샤이슈도 라고 읽지만,  어떤 사람은 제주(.ジェジュ 라고 해서 가타가나로 쓴다. 이게 옳은 것처럼, 우리도 중국인이나 일본인의 이름에 대해서, 또는 지명에 대해서는 그 지역 발음에 가깝게 표기해 주는 것이 좋겠다 싶다. 이 책의 옥의 티.

 

 

 

다큐멘타리 소설이니까, 가끔 저자의 감상이 지나치게 민족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를 한다고 해도

책 중의 명칭 문제는 내내 거슬렸다

사람 이름 뿐만이 아니라 히로시마 같은 것도 광도라고 해 놓고 나가사키도 장기라고 해 놓으니 이런 단어를 볼 때마다 책을 더 안 읽고 싶었었다,

 

하여간 4권까지 모두 읽었는데.

 

쇠고기 협상하러 미국 다녀온 정부부처 사람들이나

일본에 나라팔아먹은 조선 관리들이나 별반 차이 없다.

 

그리고 못생긴 엄상궁의 아들 이은은 참 못난 사람이었다.

오히려 그와 결혼했던 일본 여성 이방자씨가 못난 남편의 자리를 잘 보위해 주었다는 인상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