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부
괴나리봇짐처럼 툭, 던져진
천덕꾸러기
수십년 눈칫밥이야 기꺼이 참아낼 수 있었다지만
내겐 허락되지 않았던 아버지라는 단어와
그와 엮인 문장들을 지어낼 수 없어 두려웠던 시간들
끝내 채워지지 않는 허기 탓이었는지
오래전 네가 내게로 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늘 서툴고 허둥대는 아버지였던 것이다.
아버지가 아들이 되고
아들이 아버지가 되며
생각할수록 참 고마운 한 가계가 마침내 완성되었으므로
너는 절대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 말아라
아버지로 시작되는 문장을 결코 잊어버리지 말아라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에 대해
오래 묵힌 슬픔에 대해
너에게 처음 털어놓는 고백같은 것이다
아버지가 된 아들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 같은 것이다.
이종형의 시집「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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