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공부한 것도 없이 나이만 먹고 말았다, 고 나는 나를 생각한다.
내년이면 교수일이 끝나고 내후년 2월에는 퇴직을 하는 cho様(남편님)께서
"이제까지 많이 놀았으니까 공부 시작해~!" 라며 책을 한 권 내밀었다.
19살 고3 때 학교 운동장에서 찍은 사진과 그해 여름 곽지해수욕장에 임해훈련 갔을 때 찍은 사진을 친구가 동창밴드에 올려 놓았다. 나에겐 없던 사진이라 눈을 씻으며 봤다. 이때의 기억이 싹 지워져서 바닷가 사진은 이게 나 맞나 두번세번 봤다. 노란 옷도 모자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에 대학에 들어갈 때(83학번) 국어교육과 말고 사회학과 갔으면, 사회학과 교수와 부부가 되지는 않고 공부 잘 해내는 학생은 되었을까. 대학과 공부에 마음도 붙이고, 가출도 하지 않고 순조롭게 졸업을 했을까...
고3으로부터 36년, 일제 식민지 지배의 시간과 같은 세월을 살고 나서 보니 국어교육과 졸업해놓고 국어선생 안(못)하는 나, 사회학개론서를
대학신입생처럼 들고 있는 나의 무게가 한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나의 역사는 무엇인가.
M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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