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자몽미소 2019. 10. 11. 17:11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샐리 디스테일 지음/ 박미경 옮김

Being 출판사

 

 

동창 밴드에 친구의 부고가 떴다.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워낙 밝은 모습이었던 친구였던지라 글자를 보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워낙 중한 병이라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그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 때마다 애써 고개를 흔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무거운 병에서 회복을 하니까, 내 친구도 그렇게 되기를 빌었다.

친구의 장례식장은 서귀포에 있었다. 서귀포의 아름다운 마을로 시집을 가 아이들을 낳고 키웠던 친구, 이제는 모든 것에서 손을 놓고 숨을 거두어 이 땅에서 영원히 떠날 채비를 하며 누워 있을 친구, 그의 장례식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을 넘어야 했다. 산을 넘는 내내 푸른 가을 하늘과 뭉게구름은 죽음에는 아랑곳없이 명랑했다. 이제 곧 낙엽을 떨굴 나무들이 있는 힘껏 가슴을 펴고 있었다. 코끝으로 전해지는 신선한 향기 때문에 가끔씩, 내가 소풍을 가는 길이 아닌가 싶었다. 내 친구는 이 세상의 소풍을 마치고 떠나는 그 시간에.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누구에게나 오게 되어 있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는 어떤 사람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사람이 다 죽어도 자기만은 그 죽음에서 제외될 것 같은 착각을 한다. 자신의 죽음을 상상하다가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의 죽음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이 책은, 내 자신의 죽음은 물론 나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준비하기 위한 책이다. 철학적으로 인간은 모두 죽는다는 명제를 사색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실질적인 죽음에 관해 다루고 있다.

남은 가족에게는 애도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죽은 후의 시신은 장례업자가 하는 대로 맡겨도 괜찮은 건가. 좋은 삶이 있다면 좋은 죽음이란 무엇일까, 질병에 걸려 치료 중에 있는 사람이나 곧 임종을 맞이한 사람과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모두 쉽지 않은 일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오랫동안 쌓아온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일화를 들어가며 죽는 일에 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책을 덮으며 그동안 내가 목격했던 죽음들을 생각해 본다. 외할머니와 할머니의 죽음, 친척의 죽음, 그리고 친구의 죽음을, 늘 갑작스런 일로만 받아들였다. 인간은 누구나 죽고, 나이가 들거나 아팠을 때 곧 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나는 내가 아무 것도 도와줄 수 없어서 병문안을 피했었다. 예전 모습은 사라지고 어느 틈엔가 죽음의 그림자가 어리는 모습을 보기가 두려워 만나러 가지 않았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마치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처럼 갑작스런 죽음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그들이 이 세상에서 영원히 가 버리기 전에 마땅한 관계 맺기를 못했고 제대로 작별 인사도 못하고 헤어지고 말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죽음에 관한 책이면서, 삶에 관한 책이다.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꼼꼼히 알려주는 책이었다.

(아라동 동네출판사, 당산서원 김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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