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기형도의 시-빈 집

자몽미소 2006. 5. 6. 15:49

빈 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른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데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짐에 갇혔네

 

 

<기형도 전집. 문학과 지성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