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기형도의 시-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자몽미소 2006. 5. 6. 15:34

 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가라, 어느덧 황혼이다

 살아 있음도 살아 있지 않음도 이제는 용서할 때

 구름이여, 지우다 만 어느 창백한 생애여

 서럽지 않구나 어차피 우린

 잠시 늦게 타다 푸시시 꺼질

 몇 점 노을이다

 이제는 남은 햇빛 두어 폭마저

 밤의 굵은 태래에 참혹히 감겨들고

 곧 어둠 뒤편에선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우리는 르기고 차가운 풀섶 위에

 맑은 눈물 몇 잎을 뿌리면서 落下하리라

 그래도 바람은 불고 어둠 속에서

 밤이슬 몇 알을 낚고 있는 흰 꽃들의 흔들림!

 가라, 구름이여, 살아있는 것들을 위해

 이제는 어둠 속에서 빈 몸으로 일어서야 할 때

 그 후에 별이 지고 세상에 새벽이 뜨면

 아아,쓸쓸하고 장엄한 노래여, 우리는

 서로 등을 떠밀며 피어오르는 맑은 안개더미 속에 있다.

 

 

<기형도 전집, 문학과 지성사>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