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 싫지만 써야 하면 숙제.
오늘 두 권의 책을 이렇게 후닥닥 흉내만 내고 해치운다
후니마미 (
) l 2010-09-06 20:07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평점 :
어느틈엔가 70년대 생들이 소설을 쓰고 문학상을 받았었다. 그때 공지영, 공선옥으로 대표되는 60년대 생들도 여전히 건재하긴 하였으나 이미 중견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었기에 내 막내 여동생네 친구들쯤 되는 70년대 생들이 등단하고 소설을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시대가 하향곡선을 탔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제는 80년대 생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텔레비젼에 나오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얼굴들을 하고 있다고 불평하고, 요즘 애들이 예쁘다거나 멋지다고 하는 애들은 내 눈에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80년대 생들은 나와는 굉장히 거리에 있는, 어쩌면 달나라 만큼이나 멀리 있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우리 나라 새 소설들을 안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이 책을 쓴 최진영도 말하자면 나에겐 달나라에 사는 작가이다.
그러니 이 책이 내게 배달되었을 때는 " 괜히 신간 서평단"을 했다고 후회 막심이 극에 달해 있었다. 읽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전에, 또는 남들이 미처 검증도 하기 전에 소설을 읽으려니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지고, 소설이나 읽게 생기지 않게 내 일상이 돌아가 버렸다. 그래서 점점 신간서평단에서 오는 숙제가 무거워지고 있던 때이니, < ****소녀의 이름**> 에 관한 관심은 커녕 미운 오리 새끼쯤으로 전락할 뻔했다. 하루는 그래도 읽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주루룩 읽었다. 그랬더니 화자인 소녀의 말하기가 너무 뺸질이로 보이는 것이었다. 에라이, 요새 것들은 하고 나는 쌓이고 쌓인 편견을 책 주인공에게 퍼부었다. 착하지도 않고 순하지도 않고 영악한 아이를 나는 겨코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 마음이 평소와 달리 가라앉았고, 어느 정도 나이든 사람이 갖추어야 할 어진 성정이 회복이 되었던가 보다.
이 책이 읽혔다.
책은 작위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책에 일어난 이런 일은 날마다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 매일 보는 사회면 신문 기사에서, 인터넷에 뜨는 기사에서 이 소설 같은 이야기는 늘 있었다. 그러니 이 소설의 이야기가 실지의 이야기가 아니며 더구나 우리 사는 세상 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소설은 있음직한 일을 꾸며낸 이야기라고 흔히 말하지만, 이 세상 일은 소설 같았으면 좋은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결코 행복하지 않은 이야기, 억울한 이야기를 가벼운 농담처럼 이야기 할 수 있었다는 데, 어쩌면 울고 불고 해도 모자랄 인생 이야기를 이렇게 담담하게 오히려 명랑하게 말하고 써내려 갈 수 있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이 소설의 주인공이나 작가는 어린 사람이 아니라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일테니. 삶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니 목표니 하는 것들을 상실한 사람에게서 독을 보는 것이 아니라 체념에 따른 고요를 보는 것 같아 서늘해지기도 하는 이야기였다.
후니마미 (
) l 2010-09-06 19:47
대항해 시대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사략선> 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다
이를테면 정부가 눈 감아 주는 해적선이라고나 할까, 영국이 제국으로 치달을 때 그 넓은 바다를 사실상 거느린 것은 이 사략선의 해적들이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보물선과 그 보물선을 약탈해 한 건 크게 하려는 무리들이 벌이는 이야기이다.
작가는 1660년대 사략선의 탐험가였던 헌터가 남긴 기록을 토대로 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서라기 보다 영화의 한 장면을 상상하곤 하는 나를 발견했다. 카리비안의 해적 이라든가, 피터팬의 모험에 나오는 해적, 또는 그들의 몸싸움과 거친 행동과 말씨, 항구에서 벌어지는 질펀하고 게걸스러운 몸짓 등등이 떠올랐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이 책의 작가가 우리에게 익숙한 "쥬라기 공원"이 저자라는 것이며 그의 저작들이 영화화되어 유명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은 그의 사후에야 발견되었다는데, 이렇게 책이 발간되기도 하는구나 싶었다.
그 시대의 역사와 바다와 사람들에 대해서 일천한 독자인 나로서는 책으로 읽기 보다는 누군가 영화로 만들어 줘 화려한 영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책으로서의 운명보다는 새로운 창작물을 위한 좋은 재료인가, 나로서는 책 읽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영화의 원작으로서 더 괜찮다는 것에 한 표를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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