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미식견문록- 2011년의책읽기(4)

자몽미소 2011. 3. 17. 13:43

 

* 책을 읽고 내 생각

 

 

책표지에  평생동안 먹어치운 음식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적혀있다.

먹은 음식이 아니라 먹어치운, 이 책을 읽다 보니 <먹어 치운> 이라고 쓸만큼 식탐이 많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식탐이 많은 사람이 잘 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먹을 것에 대한 호기심과 먹성이 사는 일 또한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이 책에 담겨진 글은 밥 따뜻하게 먹고 난 후의 든든함과 온기가 있었다.

 

어릴 적 먹었던 음식과 추억이 나오는가 하다보면 글 말미마다 촌철살인의 비평 한 마디 꼭 남겨주었다. 어떤 글에는 이러다 일본이 망하는 날이 올 것이다, 라는 표현도 있어서 지금 일본동북부 지방의 지진과 해일 소식과 얽혀져 섬뜻한 기분마저 든다. 이 책을 엮을 때만해도 오늘날의 저런 사태까지는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하여간 입담 좋은 이 작가는 일본 옛 이야기와 여행지의 이야기를 잇다가 음식으로,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사람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 사람들이 사는 땅과 역사와 문화와 그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식이다. 다음에 무슨 요리가 나올까 미처 알지 못하다가 요리사의 솜씨가 한껏 들어간 맛좋은 코스요리를 먹는 것처럼 읽고 나면 배 속이 아니라 머리가 가득 불러진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음식 에세이를 넘어서  음식이 살과 피가 되는 동안 어떤 아이로 자라 어떤 어른이 되었으며 어떤 사람으로 살다 갔는지, 무엇을 공부하고 무엇을 희망했으며 무엇을 포기하였는지 한 사람의 일생을 보게 한다. 

무엇을 먹느냐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더니 작가의 음식을 보면서 요네하라 마리 라는 인물에 더욱 더 호기심이 인다. 원래는 이 사람이 쓴 < 대단한 책>을 먼저 보려다가 이 책을 먼저 보게 되었는데 다음 읽을 책 <대단한 책> 이나 <팬티의 인문학>을 읽으면서 요네하라 마리와 더 친해질 것 같다. 하지만 이 사람은 벌써 세상을 떠나 버렸다. 난소암이 원인이었다.

작가는 자기 가족이나 자신이 식탐이 많았다고  소개했지만 독자는책을 읽으며 식욕보다는 그의 왕성한 지식욕을 보게 된다. 뭔가 궁금하면 꼭 끝까지 파고들어 알아내 버리는 성격 덕분에 그가 말하는  음식 이야기는 깊은 맛이 난다.

음식 이야기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흘려 보내 준 정보들이 나에겐 새로운 읽을 거리가 되어 버릴 정도로  이 에세이 속에는  작가가 읽은 책이 수두룩 하고 그의 왕성한 독서가 이런 글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작가가 갔던 지역, 작가가 만났던 사람들 또한 작가의 지식욕과 독서가 없었다면 맛깔나는 이야기로 재탄생할 만큼 의미를 만들어 내지는 못하였으리라. 나는 결국 음식 에세이를 읽다가 작가의 독서와 앎에 대한 열정에 반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