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러 나가다
<동물농장>과 <1984>의 작가 조지 오웰은 내게 매력이 없었다. 그 두 책만 읽었으면 지금까지도 그랬을 것이다. 그렇게 되었다면 조지 오웰의 정말 좋은 글을 읽는 행복을 모르고 말 것이었다. 사실 조지 오웰을 대표하는 위의 두 책 때문에 그가 어떤 작가였는지 오히려 잘 몰랐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사후 70년이 지난 최근에야 우리 나라에 그의 다른 책들이 번역되고 있어서 그럴만도 했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에서 보여준 "창작적 논픽션"은 감흥이 매우 컸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지 않았다면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이나 그의 에세이집인 <코끼리를 쏘다> 나 <나는 왜 쓰는가>도 읽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더 재밌는 글을 읽게 되었다.
<숨 쉬러 나가다>는 1차 세계 대전과 그 이전의 소년 생활에 대한 회고가 한 편의 그림으로서 축을 이루고 있다면, 현재의 주인공( 어쩌다 뚱보가 된 샐러리맨)의 상황과 다가올 전쟁에 대한 불안이 다른 축을 세우고 있다.
심심풀이로 했던 도박에서 가욋돈을 얻게 된 주인공은 답답한 현실과 어쩐지 미심쩍고 불안한 내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래서 떠오른 게 고향을 방문해 보는 것이었다. 그 고향은 어떤 고향이었나?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보낸 마을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부모님은 그 시대에 딱 들어맞는 생활인이었다. 하지만 이미 조금씩 변화의 물결이 불어오고 있었고 그 물결은 장차 부모님을 몰락으로 이끌 것이었다. 주인공이 마을을 떠나게 된 것은 부모님의 악화되는 경제 사정에 의해서가 아니라 전쟁에 참여하게 되면서였고 부모님은 운이 좋게도 집안이 완전히 망하는 것까지는 살지 못한다. 고향을 떠나와 20년 동안 주인공은 고향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직장과 가정, 여러 정치 단체에서 한 구석으로 몰아세워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숨을 쉬고 싶어졌다. 그렇게 해서 고향으로 떠난다.
소설에서 어린 시절을 회고하는 부분은 거의 낚시에 관한 것이다. 낚시에 몰입하던 소년은 어느 사이엔가 다시는 물고기를 잡으러 가지 못했고 어른이 된 다음에는 낚시를 한다는 행위가 놀림감이 되기도 하였다. 주인공이 고향에 가는 이유는 오래 전 자기만이 알고 있던 못에서 물고기를 잡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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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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