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밀란 쿤데라/ 生은 다른 곳에- 2011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1. 7. 22. 11:24

 


생은 다른 곳에

저자
밀란 쿤데라 지음
출판사
까치 | 2011-02-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혁명 속에서 펼쳐지는 어린 예술가의 초상!세계적인 작가 밀란 쿤...
가격비교

 

  • 책을 읽고 내 생각

시인, 생애, 사랑, 헌신, 이념, 역사

 

이 단어들이 주는 울림은 진지하고 장중하지만, 밀란 쿤데라의 <생은 다른 곳에서>에서 이것들은 가볍게 날고 비틀어져서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진지함은 쿡쿡 웃음이 나다가  어떤 사랑은 하잘것없음을 드러내며, 그렇기에 우리들의 생의 진실을 마주한 것 같은 감동을 받는다.

 

1929년생인 작가가 마흔 무렵이었던 1969년에 쓴 작품이고, 이 시기는 체코 역사가 여전히 이념의 거센 물결 속에 들어 있던 시기라 어떻게 그 와중에도 이념을 조롱하고 마음 속을 헤집어 들어가 묘사하는 이런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나 싶다.

 

구성은

시인의 탄생-자비에르- 수음을 하는 시인- 도망치는 시인- 질투하는 시인- 중년 남자- 시인의 죽음 으로 이루어졌는데, 제 6부, 중년 남자와 제 2 부 자비에르 는 이 책의 주인공인 시인 야로밀이 아닌 다른 인물이지만 독특한 매력을 지닌 남자들이다.

자비에르는 꿈을 꾸는 남자로서 그의 행동 자체가  몽상적이며 가끔은 주인공 야로밀의 자화상처럼 보이기도 하면서 매우 허구적인 인물인 것에 비해, 중년 남자는 이 소설 전체에 별로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주인공 야로밀로서도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이었는데, 소설 후반에 중년 남자가 등장함으로써 이전의 이야기를 반전 시켜 독자를 즐겁게 해 준다.

그러므로 중년 남자의 존재를 알기 전의 모든 상황이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는데, 그러나 그 사실은 독자는 알고 주인공은 알지 못한 채 죽어 버렸기에 이 소설 전체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사랑의 진정성을 비틀어 내는 효과를 준다.

 

 

책 속 밑줄 긋기

 

눈부신 외교나 정치활동을 갈망하던 그의 학우들에게 야로밀은 묘하게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인물이 아니라, 흥미 없는 묘한 인물이었다.

 

성숙하지 못한 인간의 내면에는 그가 어머니의 육체의 내부를 혼자서 차지했던 우주의 안전함과 일관성에 대한 욕구가 집요하다. 낯선 바다에서 한 방울의 물처럼 그가 존재성을 상실하는 어른들의 상대적 세계에 대한 불안감(또는 분노)도 역시 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그토록 열렬한 일원론자이고 절대성의 사신이며, 그렇기 때문에 시인은 시로 그의 개인적인 세계를 엮어 나가고, 그렇기 때문에(그의 내면에서 분노가 불안감보다 훨씬 강한) 젊은 혁명가는 단 하나의 개념으로부터 형성된 절대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고집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사랑이나 정치나 타협을 견디지 못하고, 반항적인 학생은 역사의 면전에서 '모든 것을 얻지 못할 바에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겠다'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요구하고, 스무 살 때의 빅토르 위고는 흙 투성이 길거리에서 발목이 노출될 정도로 치맛자락을 높이 치켜든 그의 약혼녀 아델 수쉐의 모습을 보고 격분한다. ' 내 생각으로는 스커트보다 정숙함이 훨씬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는 편지에서 그녀를 이렇게 꾸짖고는 덧붙여 위협한다. ' 내 말을 당신이 새겨듣지 않았다가, 감히 당신을 쳐다보는 건방진 녀석이 있을 때는 내가 그 놈의 뺨을 후려갈길 것입니다!'

이 대단한 위협을 들으면 어른들의 세계는 웃음을 터트린다. 시인은 사랑하는 여인의 발목에 의한 배반과 군중의 웃음으로 인해 상처를 받는다. 시인과 세상 사람들 사이에서는 극적인 투쟁이 시작된다.

어른들의 세계는 절대성이란 하나의 환상이고, 어떤 인간적인 것도 위대하거나 영원하지 못하며, 남매가 한 방에서 같이 자는 것은 완전히 정상적이라는 사실을 훤히 알고 있다. 그러나 야로밀은 고통을 받고 있다.

 

그는 야로밀의 미모를 찬미하지는 않았지만, "당신은 시인입니다. 당신은 시인입니다!" 소리를 자꾸만 되풀이했다.( 만일 어느 시인이 다른 사람을 시인이라고 부른다면 그것은 어느 토목기사가 어떤 사람을 토목기사라고 부르거나 어느 농부가 다른 사람을 농부라고 부르는 것과는 같지 않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겠다. 농부는 그냥 농사만 짓는 사람일 따름이다. 시인은그냥 시를 쓰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를 쓰도록 '선택된' 사람이다. 오직 시인만이 동료 시인의 이런 뛰어난 재능을 감지할 능력이 있다. '모든 시인은 형제이다' 라고 말한 랭보의 편지를 상기하도록 하자. 그리고 남 모르는 가족의 특징을 알아낼 능력은 형제들만이 가지고 있다)

 

 

 

역사를 잊는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그러나 역사가 문을 두드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로 들어온다. 그것은 비밀경찰의 모습이나 갑작스런 혁명의 모습을 들어오지 않는다. 역사라고 해서 항상 극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고, 더러운 구정물처럼 일상생활을 통해서 서서히 스며들기도 한다. 우리들의 이야기에서는 역사가 속옷의 형태를 취하고 등장한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서술한 시대에 야로밀의 고국에서는 우아함이 정치적인 범죄로 간주되었다. 그 무렵에 사람들이 입고 다니던 옷은 흉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