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연인/ 마르그리트뒤라스- 2011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1. 11. 11. 08:34

 

 

 

책을 읽고 내 생각- 2011년 11월 11일, 금요일 아침

 

 

고등학교 다니던 때 봤던 영화로 기억하지만, 소설이 1984년에 나왔으니 영화를 본 건 훨씬 뒤의 일일 것이다.  몸 작은 백인 소녀가 물통 속에서 일어서고 중국인 남자가 그녀의 몸을 닦아내던 장면, 밖엔 시끌벅적한 행인들의 소리, 하얗고 얇은 면 커튼이 바람이 나부끼는 장면, 내가  영화 <연인>에서 기억하는 건 그뿐이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가 배경이었다는 걸 덧붙여서.

 

 

책을 읽다가 왜 내가 이 책을 읽으려고 했는지 생각나지 않아, 한참 멍했다. 가까스로 기억을 더듬으니 두어 달 전에 프랑스 소설 <책 읽어주는 여자>를 읽고 나서 누보로망의 시대를 열었다는 프랑스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고 몇 작가의 책을 주문했던 일이 생각났다. 책을 받아놓고 바로 읽지 않아 책을 구입할 때의 생각 자체를 잊은 것이다.

 

뭔가 내 머리 속의 기억들이 제멋대로 저장되고 자주 그 저장장소마저 잊어버리고 있다. 그런데도 나는 내 기억의 무엇들을 꺼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나는 내 어떤 기억을 재료로 해서 이야기를 엮으려는가, 가능한 일을 도모하고 있는가.

 

 

뒤라스의 <연인>은 1984년에 발표되었고, 이 작품의 시간은 1930년대로 넘어간다. 그렇다면 작가는 50년 묵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는 소녀의 내면과 주변상황을 먼 곳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소설에서는 사랑의 시작과 과정과 결말을 이미 다 알아차렸으며 사랑의 소용돌이에서도 주체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아마도 그건  실제의 자기 자신이라기보다는 50 년 후 작가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기억 속의 자기 자신인 15살 소녀에게 입힌 이미지일 것이다. 15살 소녀가 겪었던 내면의 복잡성은 인생의 굴곡을 이미 겪은 사람만이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 소설엔 삶의 허무 같은 게 습한 공기처럼 문맥마다 부유한다.

 

 " 나는  ~ 라고 말했다" 는 식의 서술도 눈에 띈다. 1인칭 작가 시점으로 이야기 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무대에 올려놓은 인물처럼 묘사하고 설명하는 것은  <책 읽어 주는 여자>에서도 보였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작품들이라서 프랑스 소설 특유의 문체가 아닌가 추측해 보지만 내게는 유럽의 현대문학에 대한 계보나 작가들의 성향, 문학사와 관련하여 얄팍한 지식마저 없다. 

 

작가의 다른 책으로 <태평양의 방파제>를 사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