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2012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2. 4. 8. 23:27

 

 

 

기억의 왜곡에 관한 소설

시간이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결국 살아남은 자는 무엇을 기록하겠는가의 질문을 적절히 섞어 준 소설.

 

여자친구의 지력을 따라가지 못하던 평균적인 남자, 토니

여자 친구 베로니카가 토니의 훌륭한 남자친구 에드리언을 사귀게 되었음을 알게 되자 질투심에 불타 저주의 편지를 했지만 토니의 기억엔 여자친구 베로니카가 자기에게 상처를 준 여자인 것의 목록만 남아 있다. 그런 그의 기억은 과거에 대한 회한 없이 아무쪼록 잘 살아왔다는 위안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말 그가 기억하는 것은 진실일까, 여자 친구 베로니카는 정말 나쁜 여자이기만 할까.

 

.....

 

이 소설을 소개한  어느 평자는 이 소설은 결말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 번 앞으로 가서 다시 읽게 된다고 장담을 했는데, 과연 나도 그렇게 해야만 했다.  토니의 자조섞인 말을 빌리자면 "감"을 잡는 데 꽤 걸렸기 때문이다.  

 

처음에 읽을 때는 베로니카의 묘연한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두번째 읽을 때는 베로니카가 토니를 경멸할 때의 마음에 공감되어 토니의 성격, 자기 행동의 과오을 깨닫지 못하고 상황에 대한  감을 못 잡는 언사가 매우 답답했다. 언제가 나도 느꼈던 비슷한 느낌.

 

이 책을 읽고서야 이미 구입해 둔 < 10과 1/2장으로 쓴 세계역사>가 같은 작가의 책임을 알았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제인오스틴과 로렌스를 지나고, 1930년대의 준 조지 오엘을 성큼 건너 뛰어  영국의  현대작가를 만나게 되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책부족과 함께 읽었던 제인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때와는 확연히 다른 영국 소설이었기에  작가가 쳐놓은 그물 속에서 헤매며 글 읽기의 재미에 흠뻑 취했던 하루였다.

 

사족: 이 책의 번역은 수월하게 읽혔다

그러나 띄어쓰기의 원칙이 나와 달라서 내 눈에 거슬리는 것이 많았다 본동사와 보조동사를 띄어서 쓰지 않은 게 요즘의 띄어쓰기 원칙인가 했다. 그러나 문장을 읽을 때 본동사와 보조 동사의 띄어 쓰기는 문장의 뜻을 정확히 하고 자체적으로 단어의 뜻도 더 정확히 해 준다는 점에서 내가 알고 있는 띄어쓰기가 올바른 것 같다.

 

다음에 읽을 책 < 10 1/2 로 쓴 세계 역사> 

 

책 속에서 -옮겨옴

 

“언뜻 생각하기엔 단순한 질문으로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역사란 무엇인가, 라고 말이지. 뭐 생각나는 것 있나, 웹스터?”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입니다.” 내 대답은 좀 빠르다 싶게 튀어나왔다.
“그래, 안 그래도 자네가 그렇게 말할까봐 걱정을 좀 했는데. 그게 또한 패배자들의 자기기만이기도 하다는 것 기억하고 있나, 심슨?” (33쪽)

“사실, 책임을 전가한다는 건 완전한 회피가 아닐까요? 우린 한 개인을 탓하고 싶어하죠, 그래야 모두 사면을 받을 테니까. 그게 아니라면 개인을 사면하기 위해 역사의 전개를 탓하거나. 그도 아니면 죄다 무정부적인 카오스 상태 탓이라 해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제 생각엔 지금이나 그때나 개인의 책임이라는 연쇄사슬이 이어져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책임의 고리 하나하나는 모두 불가피한 것이었겠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모두를 비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사슬이 긴 건 아니죠.” (26쪽)

“베로니카에게 너무 많은 걸 내주지 마.”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우리의 관계에 이런 식으로 끼어든 데 대해 불쾌감을 표시해야 하나. 아니면 고백의 분위기 속에 몸을 던져 베로니카 문제를 ‘의논드려야’ 하나. 나는 약간 깐깐한 태도로 대꾸했다.
“어머님, 무슨 뜻이신지?” (256쪽)

그는 그 정도에서 얘길 끝내고 싶은 눈치가 역력했지만, 나는 집요했다.
“그래서 그 인간에 대해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에이드리언은 잠시 말이 없었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시더니 그는 돌연 격렬하게 말했다.
“영국인들이 진지해야 할 때 진지하지 않은 게 싫어. 정말 싫어.” (61쪽)

마거릿은 여자는 두 종류라고 말하곤 했다. 매사에 분명한 여자와 미스터리를 남겨두는 여자. 그리고 이는 남자가 여자를 볼 때 가장 먼저 감지하는 것이자, 가장 먼저 그를 매료시키거나 그렇지 않게 하는 요소였다. (116쪽)

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141쪽)

나는 그 메시지를 받은편지함에 그대로 두고 가끔씩 다시 읽어보았다. 죽어서 화장을 하고 산골을 하지 않는다면, 석재나 대리석 위에 묘비명으로 활용할 법한 말이었다. ‘토니 웹스터, 전혀 감을 잡지 못하다.’ 그러나 너무 감상적이고, 자기연민마저 느껴졌다. ‘이제 그는 혼자다’는 어떤가? 이게 더 낫겠다. 더 진실되게 느껴진다. 혹은 굳세게, ‘모든 날이 일요일’을 고수할지도 모르겠다.(2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