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나의 삼촘 부르스 리- 2012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2. 2. 15. 19:36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저자
천명관 지음
출판사
예담 | 2012-02-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소룡이 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짝퉁 인생!이 시대의 이야기꾼 ...
가격비교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

저자
천명관 지음
출판사
예담 | 2012-02-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 시대의 이야기꾼 천명관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나의 삼촌 브루...
가격비교

 

 

읽은 때 : 2012년 2월 14일 화요일

 

책을 읽고 내 생각-

 

영화, 범죄와의 전쟁이 재밌으니 보라고 권하다가 상대의 나이가 나 보다 10년 쯤 아래일 때는, 내가 느낀 사소한  즐거움을 그도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이 소설도 비슷한 염려를 하면서 참 재밌게 잘 쓴 소설이라고 말하게 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작가는 재밌다는 나에게 " 우리 남자들의 이야길 여자들이  알 수 있었을까요"  할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서야 비로소 내 또래나 조금 위의 남자아이들이 자라나던 배경을 본 느낌이다. 왜 그때의 남자아이들이 그랬는지에 관해서도 조금.

이 소설에 나오는 부르스 리, 이소룡을 나는 나 보다 조금 나이든 오빠나 삼촌 방의 낡은 벽에서 본 기억이 난다.  싸움할 자세로 서 있는 그 남자가 지금은 죽었다는 이야길 들으면서 왜 저렇게 건강하고 젊은 사람이 죽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일, 별로 잘 생기지도 않은 배우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난다. 내게는 근육 울퉁불퉁한 마른 남자 이소룡이 전혀 멋지게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소룡을 좋아한다며 벽에 붙여 놓은 오빠들도 시시하게 여겼을 것이다. 83 학번인 내게는 이소룡보다는 성룡이 익숙하지만 그의 영화도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모든 중국영화라고 알려진 무술 영화를, 볼 것으로 여기지 않았었다.

 

이런 이야길 했더니 남편은 자기들의 시대에 이소룡과 무협만화와 홍콩영화는 재미 중 재미였으며, 자신은 무술영화 광팬이었기에 새로 나올 때마다 영화 보러 갔노라고 했다. 아무리 놀아도 야단을 치지 않는 부모님 덕분에 잘 놀았다며 행복한 얼굴을 하는 우리 남편도, 사실 내가 그때 만났다면 아주 시시한 남자로 보였을 것 같다. 좋아할 게 없어서 왜 싸우는 걸 보고 그래? 이런 마음으로 굉장히 옥신각신했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이소룡을 닮고 싶어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면서 그 남자가 살았던 시대를  영화처럼 보여준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서는 시대의 격랑 속에 자기 자리를 잡기 위해 고군부투하던 남자를 그렸는데 고군분투라는 면에서는 영화의 주인공과 이 소설의 주인공의 삶은 매우 닯았다. 그러나 아주 다른 것은 그 두 주인공의 정신세계다. 그래서 그들의 인생은 겉으로 보기에 성공가도과 실패의 나락이라는 서로 상반된 길을 가게 된다.

 

소설의 화자는 나와 비슷한 나이, 82학번의 사내이고 그가 말하는 인물은 삼촌, 이소룡의 모든 것을 신뢰하는 남자다. 영화의 이소룡은 의인이었고 삼촌도 의로운 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그러나 공부도 못했고 배경도 없던 삼촌에게 의인으로 살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고난의 삶을 살 수밖에 없도록 한다. 삼촌 탓이라기보다는 그 시대가 착한 사람을 이용하기에 꺼리김이 없던 때였다.

 

이 소설은 천명관의 이전 소설, <고래>보다 더 사회비판적인 면을 담았으면서도 안정적인 호흡을 갖추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전 소설과 마찬가지로 영화 관련 이야기가 들어있는데, 작가는 후기에서 이제 자기 소설에 영화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라고 했다.

 

작가 후기에 이 소설을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처럼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일정한 노동을 통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마음에 남는다. 하루 걸러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쓰기와 달리기에 관한 글을 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천명관은 재능있는 작가에 끈기와 인내, 집중력과 지속력을 갖춘 소설가라는 걸 다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소설가는 독자를 어떤 기쁨의 길로 안내해 준다.

비록 그것이 고통이나 슬픔이나 허망한 인생이야기라 할지라도, 함께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 작가의 글을 빌려 말하고 싶었던 것을 대신 더 잘 표현할 수 있었다는 해방감 같은 것도 들어있다. 이럴 때 독자느끼는 기쁨은 뿌듯함과 닮았다. 나도 이번 소설을 읽으면서 기쁘고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