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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산문집/지지 않는다는 말/ 2012년의 책읽기

자몽미소 2012. 8. 7. 21:42

김연수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은

 


지지 않는다는 말

저자
김연수 지음
출판사
마음의숲 | 2012-07-16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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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출판사
문학사상 | 2009-01-0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하루키를 세계적 작가로 키운 건 마라톤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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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공통점이 여럿 보이기 때문이겠다.

두 사람 다, 소설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소설가가 되었고, 음악에 조예가 깊으며, 달리기를 통해 자신을 단련하면서 글쓰기에 관해서도 꾸준하고 성실한 자세로 정진하고 있기 때문에, 

삶을 대하는 태도나 글쓰기에 관한 입장에서도 비슷한 성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글 읽는 맛이  무라카미 하루키보다 김연수 쪽이 더 좋았던 것은 아무래도 한국어로 공감하기가 같은 말을 쓰는 우리 작가 쪽이 나았기 때문일 수 있겠고, 무라카미가 살았던 시대와 환경이 만들어 낸 정서 보다는 김연수 쪽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겠다.

에세이를 별로 읽으려 하지 않지만, 김연수의 문장이라면 한 번 읽어봐야지 해서 이 책을 구입했다. 그런데 이번에 에세이를 읽으면서 김연수가 글을 참 잘 쓰는구나 생각을 했지만, 이미 읽은 그의 단편소설들은 내용이 무엇인지 하나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이상하게도 점점 독서력이랄까 독서후감상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읽기와 독후감을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것은 내가 이 일을 통해 무엇이 되려 하기 보다는 이 일이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자와 노는 일이란 다른 무엇과 노는 것보다 내게 좋기 때문이다. 무엇이 어떻게 좋을지를 말해야 한다면 지금으로서는 내 표현 능력이 부족하다. 그러니까 더 책을 읽고 싶다. 책 속의 어떤 문장에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고 싶기 때문에 독서를 계속한다는 게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이다. 

 

무라카미를 읽을 때는 한참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보려는 시점이라서 무라카미하루키가 말하는 달리기 철학에 매료된 것 같았는데 이 책을 읽을 때는 김연수의 달리기에 관한 이야기가 다르게 읽혔다. 김연수를 읽은 동안 나는 바느질에 빠져 있는 상태였고,  바느질은 계속해서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좀 더 잘 만들고 싶어서 계속 바느질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같은 디자인의 남자옷만 만들게 되었다. 같은 디자인이면서 옷감의 질만 다르게 하는 것은 앞에 것과 뒤에 것의 차이를 조금만 줘야  내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자기 진단 때문이었다. 더 실질적인 이유는 남편의 여름 옷을 넉넉히 만들어 두는 것이 내 일상이 편리하기 때문이었지만 내 내부에는 이 분야( 105 사이즈의 차이나 칼라 남자 셔츠)에서라면 내 손에 완전히 익혀 두자는 마음도 있었다. 같은 디자인이지만 옷감의 성질만 다른 것을 며칠에 한 번씩 만들다 보니 김연수가 이 책에서 글쓰기와 또 달리기와 관련하여 줄곧 이야기하던 것들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생각대로 잘 되는 것은 매우 드문 우연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대개는 처음부터 생각대로 잘 되는 것이란 없다는 것. 그러니까 뭔가를 잘하고 싶다면 멈추지 말고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는 말한다. 무엇을 하든 처음 보다는 두 번째가 더 낫다고,  이전의 실수를 딛고 또 한 번 더 해 본다면 전보다 더 나은 것이 나온다는 건 진실이지만 그것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 되느냐 아니냐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김연수의 달리기와 글쓰기는 항상 몸이 무엇을 어떻게 하였느냐에 따라 결말을 만들어 냈는데, 그 과정에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멈추지 않고 글쓰기도 달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나는 김연수의 달리기를 따라서 달리러 나가지는 않겠지만, 무엇을 잘 하고 싶다면 오늘의 노력이 내일로 이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싶은 마음이 분명해졌다. 노력하지 않고서 결말이 좋은 것은 없다. 타고난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서라도  무엇을 잘 해서 행복해지려 한다면 노력은 오늘도 내일도 이어져야 한다. 그저 해 보다 그만 두어 버리면 천부적 재능조차도 사막처럼 말라버릴 것이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이 책의 중심은 이런 것이지만 이는 내가 공감하고 싶은 것이 이런 말에 있기 때문일 것이고, 실지로 이 책은 보다 어떤 가르침에 있기 보다는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을 풍부한 이야기 스타일로 읽기에 좋고 읽어 두어도 좋게 만들어진 책이라, 나는 기꺼이 이 책을 남에게 권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중에서 꺼내온 문장

 

달리기를 시작한 뒤로 나는 어쨌든 시간은 흘러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위대한 일을 하든, 변변찮은 일을 하든 시간은 흘러간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시간이 흐르고 흐르면 과연 내가 어떤 사람이 될까 궁금했었다. 이 삶에 과연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 만약에 있다면 지금 나는 무슨 일을 해야만 하는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대신에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살아 본 바에 따르면 삶에는 인과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아직까지 많은 경험을 해 보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아직도 젋어서 그런지 불교에서 말하는 인과응보까지 이해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인과관계란, 노력의 결과를 그 자리에서 확인하는 즉석복권 같은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한다. 그러면 그 보답이 즉각적으로 내게 찾아온다. 서른 살이 넘으면서 나는 그런 경험을 여러 번 해 봤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면 먼 훗날 큰 보답을 받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부록 같은 것이다. 진짜 최선을 다하면 그 순간 자신에 얻는 즐거움이 얼마나 많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즐거움이 얼마나 컸던지 지나가고 나면 그 순간들이 한없이 그립다. 내가 하는 행동과 말과 일을 통해서 내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보여줄 수 있다는 것. 한없이 투명해진다는 것. 그 누구 앞에서도 어깨를 움추르지 않는다는 것. 내게 아무리 많은 돈과 명예를 가져다 준다고 해도 그처럼 살아갈 수 있었던 순간들과 바꿀 생각은 하나도 없다. 나는 불교에서 말하는 업과 윤회라는 것도 그렇게 이해한다.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지 않는 자는 유죄다. 그러므로 그는 완전히 몰두할 때까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같은 순간을 맞이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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