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특히 더, 남들이 어떻게 연구를 하고 어떻게 글로 만들어 내는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서점에서 독특한 주제의 책을 보게 되면 매력적인 세계를 발견한다는 느낌이다. 이런 주제를 갖고 글을 쓸 수 있구나, 이런 주제로 연구를 할 수도 있구나에서부터, 글 속에 녹아있는 글쓴이의 생활과 가치관도 보게 되니,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게 된다.
이 연구자도 그랬다. 참 열심히 사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아이를 키우며 겪은 일본 사회의 부조리를 글로 엮어낸 것도 훌륭하지만, 일과 가정을 모두 잘 건사하기 위해 들인 이 사람의 시간관리가 나로서는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젊은 일본 엄마이며 학자인 그녀는 매일 5시면 일어나 글을 쓰고, 6시 반에는 아이를 깨워 학교에 보내고, 일터인 학교로 가기 위해 들이는 시간들이, 고군분투의 것들이었다. 자신이 겪으며 고민했던 문제들이 이 책에서는 연구 과정에 녹아 들었다. 주변 사람들을 볼 때, 연구자의 자세로 관찰하는 것도 재밌게 읽혔다. 뭐랄까, 어려움이 있어도 짜증내지 않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엄살이 없는 여자 라는 게 매력적이었다. 연구서여서 읽기는 어려운 곳이 있었지만, 글쓴이의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에서 한참이나 웃게 만드는 일화도 많았다 하긴, 아이를 낳고 진통제 덕분에 배가 안 아픈 틈을 타서 박사논문을 정리했다는 사람이니까. 어쨌든간에 선진국으로 갈수록, 생활물자는 풍부해지지만 자기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또는 사회를 위한 어떤 일을 함에 있어도 시간 부족을 겪고 있음은 명백하다. 시간은 돈이다, 하던 격언이 바로 그거다 할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나가야 하는 우리들에게 시간은 재화 이상의 것이 되었다
책 내용 중에서-
결혼한 여성, 게다가 아이가 있는 여성은 시간이 없다. 일본의 기혼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포함해서 총 노동시간이 남자보다 길고, 잠자는 시간은 짧다. 이것을 아는 미혼여성은 결혼이나 출산을 기피한다. 인생의 자유시간이 결핍한 것을 시간 빈곤이라고 부른다.
남성은 여성보다 고독사나 자살율이 두 배 높다. 원인은 남성의 고립에 있다. 일본의 남성은 일 외에는 인간관계가 매우 협소하다. 세계에서 가장 고독하다고 한다.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귀가공포증도 있다. 퇴직 후에는 부인과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남자들에게는 관계빈곤의 특징이 있다
일본 사회에서 당연하게 여겨지고 뿌리깊은 성별 분업은 반 세기 정도 이전 고도성장기에 정착된 것이지 결코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경제 성장과 함께 상대적으로 안전되었던 한 세대의 일일 뿐이다.
이 나라의 여성들이 돈벌이 능력이나 사회 지위가 낮은 것은 단적으로 말해서 여성차별의 구조에서 생산된 것이다. 여기서 차별이라 함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고용과 승진, 임금과 기회에서 불평등을 낳는 사회적 메카니즘을 이르는 것으로 결과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경제적, 사회적 지위에서 여성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는 남성도, 커다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이 나라의 최대 문제는 남성의 취업제일주의에서 유래한다. 취업 외에는 사회 참가의 길이 극히 적어서 결혼해서 가족을 건사하는 일 말고는 다른 걸 할 게 없다.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편중된 가계책임은, 중년 남성이 경제적 이유로 자살하는 수를 늘리고, 국제적으로 비교해 봐도 유안히 사회적 고립과 홈리스남성비율이 높다. 그리고 평균 수명에서도 남녀는 차이가 난다. 다시 말해서 여성의 사회진출은 여성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남성의 가계 부담을 줄이고 인생의 선택지를 늘리는 것에도 공헌한다.
국제 사회에 비교하면 아이가 있는 풀타임 노동자 도 남녀간 임금 격차가 매우 크다. 일본에서 아이가 있는 여성이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소득도 낮기 때문에 이것이 남성에 대한 가계기대를 높게 만들고 있다.
일본은 이후 노동인구만이 아니라, 육아와 요양보호 등을 부담할 일손도 계속 감소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일본은 지금까지 주류라고 여겨졌던 장기간근속고용에서 일상적인 장시간노동도 마다하지 않는 남성 노동자모델에서 새로운 취업 모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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