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왜 한국에 미군위안부가 생겨났는가- 2015년의 책읽기 26

자몽미소 2015. 9. 4. 18:13

 

 

최길성 선생이 쓴 책에서 육이오 전쟁 때의 미군들의 모습을 읽었다.

선생의 집은 38선 가까이에 있었고  유엔군 병사와 중공군의 병사들이 번갈아 들어왔던 마을에서, 소년의 눈에 비친 전쟁이 소설처럼 읽혔다. 

선생은 자신이 본 일화에서 군대와 성의 문제를 다루려고 했다.  그에 의하면 중공군에 의한 성범죄는 없었지만 우리의 우방이라고 여겨졌던 미군의 성범죄는 너무나 끔찍했다. 소녀 납치, 대낮의 강간과 폭행이 두 달여 이어지다가 매춘을 하는 여성들이 그 마을에 들어오면서 미군에 의한 민간인 성범죄는 없어졌다. 양공주, 양색시에 의해 마을의 여성들이 보호받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한 일은 적군이었던 중공군들로부터는 민간인 피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군인들이 어떤 지도자의 아래에 있고, 어떤 지침에 따르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또한 위안부를 모집하여갔던 조선인 (한국인)의 일기를 분석하였다. 이 민간인 조선인은 자기 사업으로서 위안시설을 운영하였고, 일본군인들과 협조적이었으며 위안부들의 편의를 봐 준 것들도 기록했다.  최길성 선생은 이 일기를 통해, 일본군이 직접 조선인 위안부를 고용하고 관리했다는 것에 대한 반론을 펼치고 있다. 한국에서의 위안부에 대한 문제 의식이, 편향적인 데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로서는 다소, 염려가 된 부분이 있다.

 

최길성 선생이 여러 번 인용한 "오선화"의 글이다. 내가 오선화가 쓴 책을 다 읽은 게 아니라 그의 글을  비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인용된 몇 개의 글을 읽고는,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이라 해도 읽어볼만한 책은 못 된다고 여기고 말았었다. 그런데 최선생의 이 책에 그의 글을 인용한 게 여럿 있다. 최선생이 오래 일본 생활을 하면서 한국인이 바라보는 오선화에 대한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인가 싶어서 안타까웠다. 만약, 이 책이 한국어로 번역된다면 인용한 오선화 이름 때문에 이 책의 가치가 폄하될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또한  "매춘 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90년대의 티켓 다방 이야기를 한 부분이 있는데 이 사업은 이미 한국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티켓 다방이 번성하던 때가 있었지만 성매매 특별법이 생기면서 단속이 심해졌고, 오히려 요즘의 매춘은 좀더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티켓 다방의 매춘 이야기에는 "다방 아가씨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대학교수보다 낫다"는 이야기가 있다. 같이 조사를 갔던 사람의 말을 전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어떤 대학교수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그 당시 티켓다방 아가씨의 실질 소득이 그렇다고 할 수 없다. 그 아가씨 주위로 포진해 있는 검은 손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밝혀 티켓 다방에서 일하는 여자들의 삶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야했다.  한편 티켓다방 조사 당시의 화폐 가치와 지금의 화폐 가치도 비교해 주어서  30년 전의 일임을 밝혀 주어야 하는데, 글을 읽는 일본인들이 90년대에 한국 시골 바당에서 일어났던 매춘을  현대 한국의 것으로 이해하며 읽게 되지 않을까 염려되었다.

게다가  지금은 한국의 "시골 다방" 이라는 말도 아주 옛스런 말이 될 정도로 시골에서 다방 찾기가 어려워지지 않았는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있다.

내가 중학교 1학년 때이던 14살 때 만난 남자이다.  중학교는 내가 살던 마을에서 걸어서 20여 분 쯤의 거리에 있었고 국민학교에 다닐 때 걸어다니던 길과는 다른 길로 가야했다. 학교 등교길이 바뀌게 된 것이다. 어느 날 그 길에 나는 처음으로 외국인을 만났다.  머리가 곱슬하고 피부가 까만 남자였다.  나는 그때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외국인이라면 모두 영어로 이야길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 등교길에 면한 집에서 외국인이 나오자 나는 그 사람도 영어로 말할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뒤따라오던 남자들이 그에게 한국말을 했고, 그도 말을 알아듣고 대답을 했다. 영어가 나올 것 같은 곱슬머리에 피부가 까만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자 놀랐는데 그가 하는 다음 말을 듣자 확 실망이 일었다. 그 곱슬머리 까만 피부의 남자는 제주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 마을에 사는 친구들에게 그 남자가 누구인지 물어보니 그 집에 사는 친척이라고만 하고, 잘 모른다는 대답이었다.  그 남자는 그때 총각이었고  매일 일만 하는 것 같았고, 내가 중학교를 졸업을 할 때까지도 그 집에서 얹혀사는 듯했다. 아마도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았고, 피부가 검고 곱슬머리여서 연애는 물론 결혼도 못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남자가 제주도 말로 무슨 말을 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영어가 나와야 맞는데 잘못 나오는  방송 대사를 듣는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하니 제주도에도 미군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속상한 일이 있었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