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포로기

자몽미소 2016. 6. 25. 17:09

 

오오키쇼헤이、포로기.


-2015년 여름( 7월 말이거나 8월 중순 경), 하찌오지에서 지낼 때 영화 野火-(노비)를 보게 되었다. 

2015년 여름에 발표된 芥川 상 수상작은 火花(히바나-불꽃)였고, 한자 순서가 다른 花火(하나비)는 일본 여름의 축제라서 그 둘의 발음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영화 "のびー 노비"는 "들불"이라는 뜻이었지만  우리말 "노비=奴婢"가 먼저 떠올라 불의 이미지가 좀체 생기지 않는 제목이었다. 그렇지만 이 영화를 보러 가던 날 영화관이 있던 다치가와의 날씨는 몹시 더웠다.

우리 부부가 관심을 갖고 있던 태평양 전쟁을 다룬 영화이며 감독이 자신의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는 점 때문에 꼭 봐야 할 영화라며 영화관을 찾은 그 날,  "전쟁의 참상"이라는 것이 글자나 말이 아니라 내 몸이 비로소 느낀 것 같았다. 지금까지 봐왔던 전쟁관련 영화는 전쟁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표현해주지 못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 <노비-들불>은 태평양 전쟁 당시, 필리핀에 있던 일본군이 미군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밀림 속으로 쫒기어 도망 다니다가 고립 끝에 인육까지 먹게 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것이었다.  영화를 보다가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구토가 날 것 같은 장면도 여럿 있었다. 포탄에 맞은 몸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화면 밖으로 튀어 나오는가 하면, 썩은 시체 속에서 구더기가 바글거리다가 어느 순간 내 손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영화를 보고 충격을 받기는 처음이었는데, 그 영화는 다른 일본 사람들, 전쟁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들에게도 역시 큰 충격을 준 것 같았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텔레비젼 인터뷰에서 짓던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작년 2015년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미국에게 패하고 종전 70년이 되는 해라, 일본 전체가 온통 전쟁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영화 "노비"는 전쟁이 애국이나 구국 등의 미사여구로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 더 이상이 아님을 냉혹하리만치 정확하게 전달하고 있었다.


8월 중순에 요코하마에서 우리 부부 둘 다 좋아하는 작가인 호사카 씨의 강연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즈음 그 작가의 새로운 책 < 아베 수상에게 역사관을 묻는다>는 제목의 책이 새로 나와서 읽고 있었던 터라 그의 강연을 들으러 갔다. 강연장 입구에 가서야 이 강연회의 주제가 <전쟁과 문학>이며, 부제가 "大岡의 작품은 무엇을 전하고 있나" 라는 것을 알았다. 주최측에서 강연자의 책과 그의 강연에서 거론할  오오카쇼헤이의 책을 팔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봤던 영화의 원작이 이거구나 ! "하면서, 기뻐했었다.

<작가, "오오카 쇼헤이"는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전쟁터로 동원되었다가 포로가 되었고, 일본으로 돌아온 후 그의 전쟁체험을 쓴 것으로 < 포로기,  野火-(노비), 레이테 전투> 등이 있다. >


영화를 봤던 <노비>를 소설로 다시 만나면서 좀더 구체적인 묘사에 놀랐다. 영화로 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소설로 읽으면서 새롭게 알았다. 영화가 원작에 매우 충실해 있음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오카 쇼헤의의 책 중에 <포로기>가 번역되어 있었다.

소설 속에서 작가는 인간성에 대한 신랄한 질문을 하고 있고, 자신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집요하리만치 스스로를 파헤치고 있기 때문에 결코 쉽게 읽어버릴 수 있는 책이 아니었다.  한 달이나 걸려 읽었다. 이제  독후감을 쓰려하니, 이 책과 만난 우연들이 말하고 싶어져 메모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