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서원 출판사 堂山書院/남양섬에서 살다

남양 섬에 살다, 조선인 마쓰모토의 회고록 준비중

자몽미소 2017. 9. 21. 07:07

 

 

인쇄소에서 교정원고 가져왔다.

읽다 보면 또 걸리는 것들.

 

500부를 찍기로 했다.

제작비가 이전 책「숨은 우체통」의 두 배 넘게 든다.

500권 다 팔아도 제작비를 건지지 못할 듯하고 이 책을 내기 위해 들인 공을 생각하면 제대로 밑지는 장사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 손에 잡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니까.

알게모르게 또 내 자신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나는 이 책 덕분에 큰 이익을 보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마쓰모토, 그의 한국이름은 전경운.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2013년에 그는 이미 고인이 되어 있었다. 그 해 남편을 따라 나는 그가 반평생을 보냈던 티니안섬에 갔고 그곳에 그가 남긴 회고록이 한인들 사이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제시대에 남양군도에서 지내던 조선인을 찾는 조사 여행에 따라 갔다가 발견한 한 남자의 일생.

그가 남긴 자필회고록을 세상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곳도 그곳이었다.

 

그의 읽기 어려운 글자를 컴퓨터에 옮기는 작업부터 이제 책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 오늘까지, 나는 이 책에 시간과 마음을 쏟았는데 내가 얻는 이익이라면 바로, 내가 애정을 갖고 바라보았던 것이 새로운 모습의 결과물로 나오는 걸 보게 되는 기쁨이겠다. 그것을 바라고 이번에는 제작비를 들이는 것이다.

사업 감각 없는 나는 이런 식으로 하면 책 한 권 낼 때마다 조금씩 금전적인 손해가 생길 테지만, 내가 정해놓은 통장의 금액 범위까지는 손해 보자고 각오하고 말았다. 그렇게 마음 먹지 않고서는 책을 낼 수가 없다.

 

어제는 아들 장가보낼 때 보태려고 모아 두었던 예금을 깼다. 만기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약이라 이 또한 이자 손해를 감수했다. 자본금이라고는 200만원 넣은 통장하나 갖고 시작한 츌판사에서 처음 책은 수입이 없었고, 이 두 번째 책은 예금을 깨는 상황이다 보니. 잃는 것보다 이 책을 통해 얻고 있는 내 즐거움을 더 크게 보려한다. 그래서 더욱더!

사람들에게 사랑 받기를 바라면서 책에 공을 들이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