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에 가지치기를 하며 책을 읽게 된다.
소설을 읽을 땐 소설로...
일본책을 읽을 땐 일본책만...
박완서와 김원일의 소설을 읽으며 한국소설과 한국어문장에 푹 빠져 있다가
일본여행 하면서는 일본소설을 읽었고 여행 후에는 일본 추리소설과 무레요코 씨의 에세이를 재미있게 읽었다.
일본어로 읽으려면 신경을 더 많이 쓰는 건지 2주 이상 일본어만 본 내 눈이 아프다고 아우성, 가끔씩 머리도 아파왔다. 눈이 아프니까 일본어로 읽는 건 잠시 중단하자 하고 있었는데 대만에 가셨던 아라가키샘이 고선생 편에 문고판책을 보내셨다.
글자가 작고 행간이 좁은 일본어 문고판을 보자 책이 싸움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하나는 이오지마 연구서였고 하나는 한국을 무대로 한 일본소설이었지만, 읽고 싶었던 책이 아니었다는 점 보다는 글자와 편집상태 때문에 내가 먼저 졌다 싶었다.
어제는 책읽기의 효율이 바닥을 치는 날이 되어 버렸다. 책이 안 읽히자 하루 리듬도 엉망이 되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을 수 없다고 다른 일도 화다닥 되는 것도 아니어서 밤에는 영화를 봤다. 눈 아프기는 매한가지지만, 대사가 쉬워 훌렁훌렁 들어도 괜찮았고 책처럼 신경쓰면서 볼 것도 아니어서 책대신의 텍스트처럼 보았다. 일본의 사회 한 면, 가난한 사람들과 불순한 연대로라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서글프고 쓸쓸하게 묻는 영화, 万ぴき家族 ' 만삐키 가족'( 소매치기 가족)은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어느 가족'으로 제목이 바뀌어 있었다.
몇 주 문학 책만 봤구나 싶어져 꺼낸 건 남편의 수업에서 쓰는 사회학 책, <상호작용의 의례>. 꼭 읽어봐야지 했던 책이고 몇 달 전부터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은 번역글이 쭉쭉 읽히지 않았다. 당분간 덮기로 했다.
자몽책방에 와서는 지난 달에 「인생극장」과 함께 주문했던 사회학 책을 꺼냈다. 이 책은 주제별로 따로따로 읽어도 되는 책. 「세상물정의 사회학」
한번 잡으면 오줌누러도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게 하는 책이 읽고 싶은 지금의 마음에 따르자면, 「세상물정의 사회학」은 중간중간 쉬는 시간이 많은 수업같은 책,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기로 마음바꾸었다.
무레 요코 씨의 글이 아직 내 마음에 남아 있기 때문에 전에 읽은 적이 있는 「카모메식당」을 다시 읽어보기로 하였다. 한글로 읽은 적이 있고 영화로 본 것은 확실한데 자몽책방에는 번역책이 보이지 않았다. 친정방에 갈 때 찾아봐야지 하는 순간, 문고판 책장에서 일본어책을 발견했다. 문고판 책은 읽고 싶지 않다 하다가 이 책이라면! 하고 꺼내들었다. 무레 요코 씨의 에세이를 읽으며 카모메 식당은 일본어로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니.
무레요코 씨의 다른 책, <어머니 이야기>는 5월에 오시는 후루가와 상에게 사와달라고 부탁했다. 무례요코 씨의 에세이에서 가족이야기가 언급되었는데 흥미 있었다. 딸과 성정이 맞지 않아 줄곧 작가를 괴롭히고 있는 어머니 이야기라면 읽어볼 필요도 있다 싶어 주문.
이러니 오늘은, 글씨가 작아도 내 손에 딱 잡힌 카모메 식당이 오늘의 내 책이다.
*
자몽방의 서쪽창엔 저녁해가 부드러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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