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낯익은 화면과 안정된 글자

자몽미소 2019. 5. 6. 10:21

 

 

 

 

   오랫동안, 블로그를 들여다보지 않았고 일기도 쓰지 않았다. 그 사이, 차분히 책을 읽기보다 몸을 움직여 주변을 정리했다. 아들이 방을 비고 자기 집으로 간 다음, 공간을 재배치하면서 한 달여를 보낸 셈이다. 아들집에는 새 살림 들이며 가끔씩은 업체 사람을 아들 대신 기다리기도 하였고, 집안도 쓸고닦고 할 게 많았다. 봄이 무르익는 동안 자몽책방에서 책을 읽을 여가가 나지 않았다. 

   아들네 집도 대략 정리가 끝나고, 지난주에는 우리집도 베란다의 유리창을 새로 해 달았고 비 올 때 물이 새는 가림막에 새로 실리콘을 발라 방수공사를 마쳤다. 오늘 아침에는 정수기도 설치하였다. 

   아들이 방을 비운 후, 아들방은 남편의 서재가 되었다. 거실에 두었던 책상을 방으로 옮기니 거실은 넓어지고 남편은 집에서도 거실에 있는 티비의 방해 없이 책을 보거나 컴퓨터 작업하기가 좋아졌다. 책상 하나 옮겼을 뿐인데 거실이 훤해져서, 나는 아직 생기지도 않은 손자가 거실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몽책방에도 약간 변동이 생겼다. 이곳에 있던 화면 넓은 컴퓨터는 남편의 서재로 가져갔고, 집에 두었던 노트북만 자몽방에 두기로 하였다. 내년 2월에는 남편의 연구실 책을 집과 자몽책방으로 옮겨 와야 하므로 두 곳 모두 책 놓을 공간을 생각해 두어야 한다. 

  올 봄부터 원어민 영어회화 강의를 듣느라, 자몽책방에 잘 오지 못한 점도 있다. 영어가 끼어들자 책을 읽을 시간을 만들지 못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다시 책! 마음이 책으로 왔다. 자몽책방에서는 책읽기에 방점을 찍기로, 책방이니까 책을 잘 읽기로, 책읽을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책방에 다니기는 단단히 붙잡아 둘 일정이라고 생각했다. 

   커피를 내리고 책상에 앉았다. 오랫동안 켜지 않았던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에 들어왔다. 컴퓨터로 보는 한글 글자가 안정감을 준다.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보는 글자와는 다른 상대가 나를 마주보고 앉아 있는 것 같다. 매우 낯익은 자세와 표정으로 나를 마주해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