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 13

작은 마침표

8월 31일에 마감인 에세이를, 오늘 제출했다. 독서감상문을 써내야지 생각했었고, 동화도 하나 구상을 했었지만 머리 속에서만 영상이 흘러다닐 뿐 할 이야기를 시작할 문장 하나도 튀어나오지 않았다. 에세이는 오늘 낸 이야기 외에도 딸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써보려 했었다. 문득문득 문장이 떠올랐다. 아직 쓰지 못한 에피소드로 마음 속에 담아 두었다. 오늘 보낸 원고는 200자 원고지 30매의 분량을 거의다 쓰고도 여러번 고치면서, 쓰고 싶은 말이 뭐였는지 잊어버리기 일쑤고 고치다 보면 내용이 달라져서 원고가 늘었다 줄었다 했다. 그 바람에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았다. 글이 안 되어 초조했다. 하지 말까, 괜히 피곤해진다 싶었을 때 이번 응모를 하지말자고 생각했다. 없었던 일로 하자고. 하지만 포기하면 포기한 일..

낡은 천이 좋아서

2022년, 8월 27일 호작질 커튼으로 쓰던 것, 탁자덮개로 쓰던 것, 다 모아서 만들었다. 원래 이 모양으로 만들 생각이었다면 천 자를 때 다르게 했을 것이다. 원래는 둥그렇게 누빔 깔개를 만들 생각이었다. 종이에 동그라미를 그리고 재단하면서 계산이 잘못 되었던 것 같다 자른 천의 옆선을 붙여가면서 동그라미를 만들었으나 점점 원이 커지기만 했다. 가운데 동그라미가 될 부분이 같이 넓어갔다. 그걸 어떻게 수정해 본다고 다른 천을 잘라서 이어 붙였는데 여기서도 계산이 잘못 되어서 이미 만든 도너츠 모양의 원과 새로 만든 도너츠 원을 붙이니 가운데 동그라미( 구멍난 곳) 가 딱 맞지 않았다. 즉 가장 가운데의 동그라미에 맞추기 위해서는 또다른 조치가 필요하게 되었다. "나는 수학적인 머리가 안 돼. 인정해..

티스토리에서 다시 시작한다, 기록

다음 블로그가 페쇄되고, 티스토리로 집을 옮겼습니다. 그러고 보니 2006년에 다음 블로그를 시작한 이래, 2022년 올해는 블로그에 올린 포스팅이 가장 적었습니다. 나나 남이나 다음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이 적어진 것이고, 다른 온라인 , 인스타그램까지 새로 생겨서, 그곳에서 기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요. 저는 아예 이번에 블로그의 글을 옮겨오면서, 티스토리에 기록하자고 생각합니다. 해서 여전히 어색한 인스타그램이나 잘 가지 않는 페이스북( 10년을 했지만) 계정을 쉬는 걸로 해 두고, 티스토리에 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너무너무, 안 쓰다 보니까 이제는 쓰기가 귀찮아지는 지경까지 가고 있어요. 읽기도 귀찮아지고, 밥하기도 귀찮아지고 그외 귀찮아지는 것들이 늘어가면서, 주름살도 늘어나고 뱃살도 늘어..

다정한 내 아이들의 돈

나는 어쩌다가 이토록 복이 많은가. 딸은 통장으로 거금의 용돈을 보내오고, 아들은 환전해서 봉투에 담아왔다. 어제는 은행에, 다음 달 한 달 동안 경비로 쓸 돈을 환전하러 다녀왔다. 아이들이 보태준 돈이 있어서 들고 가는 주머니가 넉넉해졌다. 남편은 아이들이 마음을 담아 봉투를 건넬 때, 활짝 웃으며 신나게 잘 받는다. 본인이 기쁘기도 하겠지만 잘 받는 것도 중요한 거라고 매번, 이야기한다. 아이들이 마음을 표시할 때, 그게 마음이든 물질이든 부모가 잘 받아야만 건네 주는 자식도 기쁘다는 것이다. 그거, 아주 바른 말이긴 하지만 나는 매번 잘 받지 못한다. 마음 속에서는, 내가 이렇게 받을 자격이 있나, 자문하는 목소리가 있다. 염치없다는 마음이 들어서, 이 돈을 어떻게 쓰나 한다. 하지만 미안함과 고마..

동기, 내적인 힘

나를 보면, 나를 밀고 나갈 힘이 부족한 듯하다 내 힘이 없거나, 아니면 내 몸 자체가 무겁거나. 지금보다 앞으로 더, 이런 증상 속에서 지낼 생각이 들 때마다 이렇게 낡고 노쇠해 버리고 마는 건가 싶다. 내 안에 동거하는 비판자가 오늘은 나보다 힘이 센 것인지도 모른다.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기가 죽는 것 같기도 한데, 어제도 그랬다. 여성의학과에 다녀왔고,다음 주에 정밀검사를 하기로 하였다. 수술 후 몇 달이 지나고 나면, 보다 더 건강해질 줄 알았지만 그 보다는 없던 병이 더 생기고 더 나빠지는 것을 몸으로 겪어야만 하는 일이 많아졌다. 매일, 피곤함과도 싸운다. 아침엔 잠을 자고 일어나도 피곤하고, 밥을 해 먹고 나면 더 피곤하고 책을 보고 피곤하고, 피곤해서 쉬다보면 마음이 더 피곤해진다. 피곤..

티스토리로 이사 마침

2022년 8월 20일 토요일 티스토리로 이전 하면서, 나 혼자 오해를 했던가 보다. 2022년 9월 30일로 블로그가 종료되고 그 후에 순차적으로 백업파일을 보내준다는 걸, 티스토리 이전을 신청한 사람에게도 해당되는 것으로 이해하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며칠 전에 티스토리로 이전 신청을 하면서 곧 다음 블로그의 글들도 따라 오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공간에서는 카테고리를 새로 만들지 않고 몇 차례 사진과 글만 올려 두었다. 마치 두 집을 왕래하면서 사는 사람처럼, 다음 블로그에 쓰자니 곧 옮길 글에 누군가 댓글을 달게 되면, 그 댓글을 가져갈 수 없을 것이라 새 글을 올리기 망설여졌고, 티스토리에 올리자니 카테고리 없이 글을 올리는 셈이 되었다. 어제는 이 사항에 대해 다음 블로그 측에 문의 메..

책: 타이탄의 도구들

2022년 8월 18일, 목요일 새로 잘 시작하고 싶었다. 수술 이후 어딘가, 무엇인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이 오래 지속되면서 실지로 몸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몸이 아파서 잘 못하는 건지, 잘 못하니까 몸과 마음에 힘이 안 나는 것인지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봄을 그렇게 흘려 보내고 여름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는 아니다 싶은 지점까지 내려갔을 때 마침 동네에 새로 생긴 헬스장이 눈에 보였다. 6개월 등록을 하였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등과 배에 붙어 풍선처럼 부풀어가던 지방덩어리가 약간은 탄력이 생긴 것 같다. 수술 후로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져서 쇼파에 누워서 책을 보고 유트브를 보느라 내 몸은 쇼파와 붙어 있었다. 쇼파에서 일어나자 했더니 다리가 저절로 공..

일상에 밑줄긋기

2022년 8월 18일, 목요일 새로 잘 시작하고 싶었다. 수술 이후 어딘가, 무엇인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기분이 오래 지속되면서 실지로 몸 여기저기가 아프기 시작했다. 몸이 아파서 잘 못하는 건지, 잘 못하니까 몸과 마음에 힘이 안 나는 것인지 악순환이 계속 되었다. 봄을 그렇게 흘려 보내고 여름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는 아니다 싶은 지점까지 내려갔을 때 마침 동네에 새로 생긴 헬스장이 눈에 보였다. 6개월 등록을 하였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등과 배에 붙어 풍선처럼 부풀어가던 지방덩어리가 약간은 탄력이 생긴 것 같다. 수술 후로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져서 쇼파에 누워서 책을 보고 유트브를 보느라 내 몸은 쇼파와 붙어 있었다. 쇼파에서 일어나자 했더니 다리가 저절로 공..

2일째- 독서 후 문장 옮기기(동급생)

2022.08.17. 수. 비가 오는 날 어제 읽은 책은 프레드울만의 이었다. 문지혁 작가의 유트브에서 책 소개를 들은 게 지난 주였다. 마지막 문장을 미리 말해줄 수 없다며 다른 북유트버들도 한결같이 이야기를 해, 소설 마지막이 도대체 어떤 문장이길래 그런가 궁금했었다. 중편소설 쯤 되는 분량인 얇은 책이었는데, 홀로코스트와 나치의 독일, 유대인 이야기의 수많은 책들 중에서 단연코 울림이 큰 소설이었다. 오늘은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옮겨본다. 책을 눈으로 볼 때와 문장을 손으로 옮겨볼 때 책의 느낌이 달라진다. 어제 읽은 책인데, 오늘은 손가락으로 다시 문장을 만지는 것이다.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에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넘는, 9천일이 넘는 세월이 지났다. 별다른..

글로 생일선물-1일째

#생일선물 9월 13일 무슨 선물이 좋아요? 내가 물었다. 내가 하고 싶은 선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들과 나누었던 질문지노트를 남편에게 주고 싶어서, 나는 또 요청했다. 나에게 질문을 주면 메모를 적어서 선물할게요. 그런데 남편이, 또야? 또 질문하라구? 나는 아들에게서 받은 그 노트가 정말 좋았는데, 남편은 내가 줄 노트가 별로인가 보았다. 게다가 내가 쓸 글에 대해 질문을 해달라고 하니까, 받을 선물보다 해야 할 질문 숙제가 성가신 것이다. 오히려 이번에는 남편이 받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했다. 내 어린시절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다. 이미 두 주 전에 시작하고 두어 번 쓰다 만 것을 계속 적어보았으면 했다. 분량은, A4 100장. 글쓰기의 계속 모드를 위해 나에게 주문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어느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