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14

반복해서 꾸는 꿈

고3 시절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그때 방을 빌려주었던 성안할머니가 방을 보여주었는데 내가 방을 비운 몇 년 사이에 가구와 살림이 많아지고 넓어진 방이었다. 실제로 살던 광양의 자취방은 할머니의 집이 아니었는데 할머니가 살고 있었고 방에서 지내려면 허락을 얻어야 했다. 칸막이 문 너머에 할아버지가 계신지 아닌지 궁금했다. 머리속 어느 한편에는 돌아가신 걸 아는 내 기억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할머니 돌아가시고는 만나지 않았던 이모가 내가 그 방에 왔다는 걸 알고 찾아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만나기 싫은 마음이 또 남아 있는 탓에 이모를 만나게 되리라는 건 바라는 게 아니라 염려였다. 어머니가 방값을 내어줄까,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사이에 이사를 마칠 수 있을까도 걱정하는 동안 꿈이라는 걸 알았다...

하나하나 다 소중하게

유트브로 자주 봤던 소바집 이나카소바 田舎蕎麦、店主인 가와하라川原 씨의 책이 보여서 구입했다. 책에서도 모든 것에 성심성의껏, 단정한 자세를 유지하며 상대를 만나는 삶이 보였다. 사진과 글의 편집도 잘 되어 있고, 외국인이 읽어도 이해하기 쉬운 일본어문장이라 어디를 펴서 읽어도 괜찮은 에세이집이다. 요리 레시피도 있고 소바집 주변이나 요리 사진을 보는 재미도 좋다

친구방문

치나상이 숙소에 찾아왔다. 가을 햇 빛 좋아서 대학 캠퍼스 를 산책하고 싶다 했다. 해가 강해서 잠시 숙소해서 이야기 나누다가 학교 옆 샛길, 다른 마을로 이어지는 능선의 길을 가보았다. 신사가 있고 산책할 수 있는 길도 좋은 곳이지만 여름 동안 길을 덮은 나무와 풀이 무성해졌다. 거미집을 치우면서 내가ㅜ앞장서 걸어나갔다. 뭔가 모험대장 역할이나 하는듯이. 신사 앞까지 가고 더는 가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탈피한 뱀 껍데기가 보였다. 치나상이 무서워해서 내가 스물세살에 뱀에 물렸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꽃과 풀 이야기 수첩

마키노토미타로 씨 (牧野富太郎)의 식물일기를 사러 책방에 갔다가 다른 책이 눈에 들어 사왔다. ( 2022년 9월 16일, 다치가와 중쿠도 서점( 立川 중 ジュンク堂 ) 책표지도 곱고 편집도 내가 읽기 좋은만큼 간결한 글의 분량, 식물사진이 아니라 그림으로 그린 거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꽃이름과 풀 이름이 한국과 일본에서 서로 다른 게 많지만 그것도 나름 재미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