字夢のノート(공책)/자몽책방

책, <부의 미래>

자몽미소 2007. 4. 21. 15:32

 

<미래 쇼크>,<제 3의 물결>,<권력이동> 을 밑줄 그으며 읽은 적이 있다. 탁월한 혜안을, 철저한 분석을  연필선으로 진하게 그으며 감탄하였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없었던  힘겨운 독자인 나는 책을 덮는 즉시 그가 무엇을 말했고 책의 내용은 무엇이었던지를 잊어갔다. 콩시루에 물 붓듯, 내 머리 속으로 스쳐지나가긴 했으나 그래서 어떤 양분이 되긴 했겠으나 남아 있는 건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시 읽은 책이  그의 신간 <부의 미래>이다.

 

참고 문헌과 주석까지 합치면 600 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기란 어렵다. 간간히 이해 하기  어려운 경제관련 설명과 물리학, 의학, 사회학 등의 이론도 있었고, 다분히 세계를 손아귀에 쥐려는 미국의 입장에서  이 세계의 미래를 진단하며 비미국인들에게 미국을 이해 시키려는 것 같아 언짢은 기분도 들었다. 다국적 기업의 횡포라든가 미국의 제국주의적 시각을 변호하는 듯한 문장을 만날 때는 미국정책의 대변인으로 이런 글을 만들어 낸 게 아닐까 의심이 되기도 했다. 이제까지 가지고 있던 내 사고 방식을 그의 유려한 논리로 깨뜨리고 있다는 자각이 일 때는 그의 글 전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긴장하며 읽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이 책에서 발견하는 것은 미래학자의 긍정적 사고 방식이다. 교육과 문화, 국가와 정부, 심지어는 엔지오에 대한 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이루는 근간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다. 이미 이 세상은 부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그렇게 나아졌다는 것이다. 다만, 진정 사람들이 제대로 부를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지식기반 사회가 토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 즉 제 3의 물결 속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게 핵심이라 할 것이다.

 

유럽, 중국, 일본과 한국, 인도와 이슬람 국가 등을 두루 살피면서 이 나라들이 지금 무슨 착오를 하고 있는지 어떤 미래를 만들 수 있을지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그의 글은 한편 동감하고 한편 고개를 갸우뚱 하게도 한다. 특히 우리 나라에 대한 그의 글은 더욱 유심히 읽게 된다. 우리 나라를 분석한 부분에서는 크게 훑고 지나가느라 미세한 부분을 다 보지 못하였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그가 보는대로라면 우리 나라는 빨리 농업의존형 국가를 탈피하고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에프티에에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의식주의 기본사항을  외국 농업에 의존하는 형태로 가는 작금의 우리 현실이 과연 부의 미래를 위해 올바른 것인가? 그렇게 길을 내고 식량자급의 근간이 허물어진 어느 미래가 우리에게 가져다 줄 부는 어떤 것인가? 싶어진다. 그의 많은 의견에 동감하면서도 내 문제, 우리나라의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비판적인 자세를 가지고서 그의 의견을 읽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반박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지식이 나에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고 나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또렷하게 말하지 못하고 이렇게 중언부언하고 있다.

 

이 책의 여러 장 중에서 제 6부 프로슈밍을 주의 깊게 읽었다. 그는 이미 <제 3의 물결> 에서 판매나 교환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사용이나 만족을 위해 제품, 서비스 또는 경험을 생산하는 이들을 가리켜 <프로슈머> 라고 칭하였었다.  개인 또는 집단들이 스스로 생산하면서 동시에 소비하는 행위를 <프로슈밍> 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런 물결은 매우 다채로운 경제변화를 만들어낸다. 어떤 직업이 사라지거나 그 인원수가 축소하고 제 3의 직업이 생기며 소비자들은 새로운 프로슈밍을 활용할 기술을 익혀야한다. 그리고 프로슈밍으로 인해  기업이 해야 할 일을 소비자가 떠맡는 식으로의 노동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예는 바로 지난 주, 비행기 예약 때  내가 경험한 일이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비행기 예약은 전화를 이용했었다. 전화 예약이 끝나면 지정한 날짜까지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날, 지정된 시간까지 가서 좌석을 배정 받았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인터넷으로 날짜와 시간을 예약을 하고  어느 좌석에 앉을지 내가 결정을 한 다음 인테넷 구매를 한다. 인터넷 구매는 정상요금에서 10%를 할인해 준다. 내 시간과 노력을 보상해 주는 그 비용은 바로 비행기예약 응대를 하는 여직원의 감축을 낳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너무나 급속도로 진행 되고 있어서 내가 경제의 어떤 변화 물결을 타고 있는지 모르는 채 진행되고 있다.

 

프로슈머 파워의 놀라운 사례들을 여기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다. 프로슈머의 힘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조 생산성 호르몬이라고 이름 붙인 29장을 더 꼼꼼히 읽어 보는 수밖에. 프로슈머의 기여는 화폐 경제에 성장 호르몬을 투여해 화폐 경제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생산 뿐만 아니라 생산성에도 영향을 끼쳐 미래를 바꾸는 힘이 된다. 그들은 미래의 혁명적인 부 창출 시스템의 성장에 역동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앨빈토플러는 이 책에서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혁명적인 부 라는것이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부가 돈이 아니라면 과연 부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 책에서 그의 명료한 대답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의문형의 문장을 남겨줄 뿐이다.

 

내 생의 남은 시간, 또는 내 아들의 인생 동안 가난과 부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가난한 자 보다는 부자의 모습으로 사는 게 좋다면 과연 어떤 모습의 부자가 되면 좋은지를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두꺼운 책의 두께 만큼이나 가볍지 않은 주제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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