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20일, 일요일 오후 4시 30분에 코리아 극장, 2% 필름페스티발에서 보다.
블로거 멜론을 통해서, 블로거 미꼬를 찾아가고, 한국의 서점으로 주문을 해 그녀가 쓴 책, <혼의 소리 몸의 소리>를 일본으로 보내게 해 읽었는데, 멜론님이 한국에 가셨다가 저자의 친필 사인을 받아 다시 그 책을 가지고 오셨고, 고베의 우리 집 낡은 쇼파에서 하루 종일 그녀의 책을 붙잡았던 날, 가을 빛은 마당의 나무에서 눈부셨다. 저녁까지 그 책을 붙잡았던 나는 내 안에 있던 또다른 울음과 만났고 그녀의 이야기에 울먹해지다가 내 시간들이 겹쳐져 울었으며 스무살의 나로 돌아가 그때의 시간을 적어넣었다.
http://blog.daum.net/namu-dal/9548221
중간에 끊기긴 했으나 지난 가을 나는 내 이야기를 블로그에 쓰면서 http://blog.daum.net/namu-dal/9659095
과거의 시간에서 조금이나마 울음을 걷어 낼 수 있었다. 지난 해 가을, 햇살 좋았던 날, 마당에 널려 있던 빨래들처럼 습기가 걷히고 뽀송해진 나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인연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꼬, 이해경님을 비로서 다큐 영화로 만날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무당인 그녀의 앞으로의 시간이 무척이나 걱정이 된다. 인간의 마음과 신의 존재 사이에 있는 그녀는 끊임없이 인간을 도우려 할 것이고 그녀를 찾아오는 가슴 아픈 이들의 가슴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그녀의 볼에서는 눈물이 마르지 않을 것이다.
문화재로 만났던 제주도의 굿들, 떄로는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사악함으로 가르침 받았던 미신으로서의 굿들과 다른 무엇이 있다. 그녀가 만드는 굿은 아마 그녀 자신이 온전히 마음과 몸을 다해 신을 영접하고 사람을 만나는 데서 만들어지는 창조물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눈물 범벅이 되고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영화의 배우가 될 수 있겠는가. 있는 그대로를 봤으므로 나는 이 무당을 큰 무당, 진짜 무당이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무당으로 사는 인간 이해경님이 가슴 아프다.
그녀의 말대로 무당으로 살지만 24시간 굿을 하는 것도 아니고 24시간 신과 함께 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굿을 하지 않는 시간, 굿하는 무대에서 내려와 자기를 한 사람의 여자, 한 사람의 인생으로 바라볼 때 느껴질 무한한 고독을 나는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지만, 고단한 시간을 멀리 접어 두고 안락한 일상의 테두리에 안전하게 앉아 있는 내가 과연 제대로 알 수나 있을까 싶다.
그렇지만 영화로 만난 무당으로서의 그녀는 인간적으로 감동이었다. 상담심리학을 배우지도 않았을 것이고 정신과의 수련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그녀는 목소리에서 태도에서 말투와 대꾸에서, 나는 너를 돕고 싶다는 메세지가 뚝뚝 넘쳐왔다. 신을 영접할 때 아닌 인간으로서의 무당일 때도 그랬다. 나는 그 부분에서 인간 이해경씨에게 존경심을 갖는다.
영화 속의 인희는 보는 사람들을 지치게 했다. 귀신을 느끼면서도 기어코 거부하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다보니 더욱 지쳐왔다. 28살의 처녀에겐 너무나 형벌 같은 그 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없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절대 하고 싶지는 않은 그 일, 무당이 되는 것을 자원한 사람은 없다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어 버리면 해야 하는 게 무당 일이다.
하고 싶지 않을 일이라고 여겨지면, 만나고 싶지 않은 일이라고 여겨지면, 기꺼이 버리고 나와 버리는 내 삶이 대비된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신명으로 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지만 남을 살리고 감동을 주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나는 누구에겐가 감동이 되거나 눈물이 되어 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 그들은 울음이 그치지 않고 남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며 그 공감 때문에 가장 험한 낭떠러지에 떨어져 신음하는 이들에게 손을 건넬 수 있는 게 아닐까.
신과 인간의 사이에 있다는 무당. 그 솔직한 이야기를 고맙게 보고 온 날이었다.
2007년 5월 23일, 오후 12시 46분, 나무의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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